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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트랩이 없네?” 수행원 문으로 내린 오바마

입력 | 2016-09-05 03:00:00

[G20 정상회의]中, 트랩 준비 안해… 외교 결례
美 “우리 비행기” 中 “우리 공항”
의전-경호 문제 싸고 고성 오가… 취재제한에 주먹다짐 직전까지




3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공항과 정상회담장 입구에서 미국 측에 거친 태도로 대해 외교적인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오후 3시경 중국 항저우(杭州) 국제공항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원이 활주로에 착륙했지만 레드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은 없었다. 해외 정상을 위해 주최국이 마련하는 게 관례인데 중국이 준비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통상 이용하는 전용기 앞문이 아니라 수행원들이 이용하는 비행기 가운데 문으로 내려야 했다. 에어포스원에 있는 자체 계단을 이용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의 이동식 계단 운전자가 영어를 못하고 미국의 보안 지침을 모른다고 미국 측에서 불평했다”며 “안전 문제를 우려한 미국 측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은 “유독 오바마 대통령에게만 이동식 계단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중국 측의 계산된 냉대”라고 꼬집었다.

이뿐 아니라 활주로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 장면을 포착하려던 미국 기자들이 비행기 가운데 문으로 몰려들자 중국 경호 관계자들이 접근을 막았다. 백악관 직원들이 나서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고 항의하자, 중국 측은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으면서 공항 환영행사 취재를 금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행기 가운데 문으로 접근하는 것도 막았다.

중국의 신경전은 정상회담장에서도 이어졌다.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SS) 직원들은 중국 측 제지로 한동안 회담장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참석자는 사전에 중국 측에 통보된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 측은 “미국 기자들은 10명이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미국 측은 “백악관 기자들이 정상회담 내용을 취재해 동료 기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한다”며 12명이 입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20분 전까지 실랑이는 이어졌고, 양측 관계자들은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제안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홀대 논란이 이어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4일 항저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항에서 있었던 일의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미중 관계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부인들에게 스카프와 핸드백 등이 포함된 비단 제품 세트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4일 전했다. 항저우는 중국에서 유명한 비단 생산지 중 하나다. 비단 선물은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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