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 건설비용 멕시코가 내야” 멕시코 대통령 “돈 낼 생각 결코 없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을 재확인하며 최근 이민자 정책을 놓고 일었던 갈지자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가진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면은 없다”며 초강경 이민자 정책 10개 항을 발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날 정책은 급증하는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11월 8일 대선일 기준 2270만 명 추산)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보다는 백인 노동자 등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피닉스 유세 직전엔 멕시코로 날아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만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지만 피닉스에서의 거친 유세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불과했다.
그는 피닉스 유세에서 이민자 정책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미국을 사랑하고 우리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또 “멕시코 접경 지역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결코 뚫리지 않는 아름다운 대장벽을 건설할 것이며 건설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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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에 앞서 트럼프는 이날 전용기 편으로 멕시코를 깜짝 방문해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1시간가량 회동했다. 이어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멕시코는 서로 협력할 대목이 많다”, “장벽 건설비용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CNN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서 이민자 문제를 외국 정상과 해결하려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이민자 정책 발표를 위한 사전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회동 후 트위터에서 “트럼프와 만나자마자 ‘멕시코는 장벽 건설 비용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의 만남 자체가 들러리였다는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에 가서 사진 찍는 게 외교냐”라고 비꼬았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