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포퓰리즘’ 몰락] 차베스-룰라가 이끈 ‘좌파벨트’ 장기불황-저유가에 경제 직격탄 작년 브라질 성장률 25년만에 최저… 호세프, 회계조작으로 실적 부풀려 새 정권도 부패 연루돼 신뢰 못받아 10월 지방선거가 정국향배 가를듯
그로부터 10년 후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브라질 14년 좌파정권도 끝났다. 차베스를 배출했던 베네수엘라는 저유가로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남미를 물들였던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 물결)’의 색이 급속도로 옅어지고 있다.
○ 남미 좌파정권 위축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유럽발 경제위기에 이어 지난해부터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남미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에게 퍼주던 복지 혜택을 제때 줄이지 못한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3.8%로 25년 만에 최저치였다. 올해도 ―3.2%로 뒷걸음질칠 것으로 보인다. 유엔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경제위원회(ECLAC)는 지난달 올해 중남미 경제성장률을 ―0.8%로 잡아 지난해(―0.5%)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세프의 탄핵 사유는 국영은행의 자금을 끌어다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워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4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경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세프는 정부 회계 조작 외에도 경제 실정의 책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지지도 하락이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취임하자마자 거세지는 ‘테메르 퇴임론’
호세프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 미셰우 테메르 신임 대통령(76)은 취임 일성으로 “정부 지출을 축소해 경제를 살리고 투자 유치를 위해 정치적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전날보다 0.4% 오른 달러당 3.2267헤알로 마감해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극심한 정치 혼란 속에 승복의 정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호세프는 테메르 정권을 ‘쿠데타 정권’으로 규정하고 정권 탈환 의지를 밝혔다. 호세프의 정치적 후견인인 룰라 전 대통령의 출마설도 나온다.
다음 달 열리는 지방선거가 향후 정국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업률 11.6%, 물가상승률 9%로 고전하는 경제의 회복이 선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테메르는 축포를 터뜨리기 전에 실질적인 경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