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차질 등 후폭풍 이어져
《 1일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 부산신항만 사무실. 전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맡긴 화물을 걱정하는 화주들의 전화가 하루 종일 빗발쳤다. 한 직원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며 “전화 통화가 안 돼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화를 내는 화주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신항만 선석 3곳 중 2곳에서만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진해운 선박은 없고 중국과 대만 선박만 각각 작업이 진행됐다. 한진해운의 한 협력업체 직원은 “상주해 있는 한진해운 협력사 중 여러 곳이 이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 달이 ‘한진해운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한진해운 선박 30척이 압류당하고 입·출항이 금지됐다. 수출품의 발이 묶이고 운임 상승도 가시화되고 있다. 》
○ 이틀째 운항 차질, 운임 급등 조짐
한진해운은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인 ‘CKYHE’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지난달 31일 CKYHE가 ‘해운동맹 공동노선 운항 등 모든 계약을 유예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박 압류 등으로 공동 운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에 따라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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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해외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중견기업 A사는 중국 상하이 항만 측이 A사의 제품을 실은 한진해운 배의 입항을 거부하면서 10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국제기계전시박람회 ‘케이(K) 쇼’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할 때 해상 운송을 주로 이용하는 기계, 타이어, 자동차부품 등 업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사태로,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믿었던 개미(개인투자자) 5만3695명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 상장 주식 1261억 원어치(41.49%)를 보유하고 있다.
○ 금융 당국, 현대상선 동원해 급한 불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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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한진해운의 영업 네트워크와 핵심 인력, 일부 선박 등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상선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이달부터 한진해운 거래 회사를 대상으로 회사당 5억 원, 총 300억 원 규모의 특별운전자금을 긴급 지원한다. 조선 해운 관련 사업자들의 지방세 징수를 유예하고 납부 기한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규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