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소독기 설치후 매달 수질검사… 먹는 물보다 더 엄격한 기준치 적용 주먹구구식 집수시설도 개선… 지능형 정수처리 시설 만들기로
한라산 영실탐방로에 있는 노루샘. 졸졸 흘러나오며 등산객의 마른 목을 축여줬으나 최근 가뭄으로 물이 말랐다. 물이 나오더라도 오염에 노출돼 자주 식수 불가 판정을 받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최근 한 달 동안 사제비샘을 비롯해 한라산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등 주요 탐방로에 있는 샘물 현장을 기자가 직접 답사한 결과 식수 사용 여부가 오락가락했다. 성널오름에서 나오는 샘물을 끌어다 쓰는 성판악탐방로 입구 식수대에는 ‘먹는 물 부적합’ 표지가 부착됐고, 사라오름 주변 ‘사라샘’은 물이 나오지 않았다. 영실탐방로의 ‘노루샘’도 물기가 사라졌고 탐방로 정비공사로 출입이 일시 통제된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 주변 ‘용진샘’은 졸졸 흐르는 물을 모아 작업인부 등이 쓰고 있지만 수질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라산 남벽분기점 대피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해발 1650m의 방아샘에서는 누군가 갖다 놓은 제주조릿대 잎으로 물방울이 흘러나왔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샘물이지만 ‘먹는 물 부적합’ 딱지가 붙었다. 가장 청정할 것으로 예상하는 한라산 샘물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되고, 먹는 물 기준치 이하이지만 심지어 양돈장 주변 등에서 나오는 질산성질소가 검출될 때가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한라산 탐방객 박정문 씨(52·제주 서귀포시)는 “전에는 한라산을 등산하면서 물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마음 놓고 샘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며 “물을 챙기지 않았을 때는 대피소 매점에서 물을 산다”고 말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먹는 물 관리를 위해 오염원 역학조사를 실시해 원인을 규명하고 집수시설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자동소독기를 설치하고 월 1회 수질검사를 해 먹는 물 관리 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만든 집수시설을 대대적으로 개선해 지능형 정수처리 시설 등으로 만든다”며 “탐방객이 마음 놓고 시원한 샘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