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 유지현 코치가 본 오지환

입력 | 2016-08-29 05:30:00

24일까지 역대 LG 유격수 한 시즌 최다홈런의 주인은 유지현 작전코치(오른쪽)였다. 이 기록을 뛰어넘은 이는 제자 오지환(왼쪽).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16호 홈런을 터트리며 1994년 유 코치의 15홈런 기록을 뛰어넘었다. 유 코치는 “오지환이 내 기록을 깨줘서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스포츠동아 DB


청출어람이다.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 LG 오지환(26)의 얘기다.

오지환은 25일 고척 넥센전에서 시즌 16호 홈런을 터트리면서, 유지현(45) 현 LG 작전코치가 세운 역대 LG 유격수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갈아 치웠다. 유 코치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1994년 LG에 입단해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수비와 주루플레이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었지만,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신인이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에 입단해 무려 15홈런이나 때려내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주목을 받았다.

그 홈런 기록을 오지환이 22년 만에 넘어섰다. 이뿐만 아니다. 시즌 초반 부상 여파로 주춤했지만 후반기에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팀의 상승세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제자의 모습에 누구보다 흐뭇한 이가 유 코치다. 유 코치는 “(팀 내 유격수 최다홈런이) 큰 기록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지환이가 내 기록을 깨줘서 뿌듯하다”며 “수비코치가 되고 처음 맡았던 제자였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겪어왔기 때문에 (오)지환이의 선전이 더 기쁘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밝혔다.

유 코치의 말처럼 오지환은 몇 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유격수’로 성장했다. 물론 한때는 경기를 지배하는 실책을 한다고 해서 ‘오지배’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이 붙기도 했지만, 이를 다시 해석하면 팀에 있어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았다는 말이었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유 코치는 오지환을 누구보다 혹독하게 단련시켰다. ‘LG를 대표하는 역대 유격수’ 계보를 말하자면 김재박(62) 현 KBO경기운영위원과 유 코치가 떠오르지만, 여기에 오지환이 이름을 오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유 코치는 “정말 지독하게 훈련을 시켰다”며 미소 짓고는 “일례로 수비훈련을 할 때 절대 백핸드로 공을 잡지 못하게 했다. 타구는 손이 아닌 발로 잡아야하는 건데 (오)지환이는 발이 잘 안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상체가 아닌 발이 먼저 움직여서 공을 잡을 수 있도록,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더니 그 모습이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힘들었을 텐데 (오)지환이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끝으로 군 입대를 해야 하는 게 아쉽지만 지난해보다 올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나를 뛰어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꾸준히 발전하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