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 후폭풍… 공급축소 방침에 집값 불안심리 확산
25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첫 주말인 28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약간의 기대감까지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대책으로 투자 수요가 줄 것 같진 않다”며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아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있다”고 했다.
주택공급을 적정선으로 유도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겠다는 정부 대책의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통상 가계부채 대책은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올해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작년 대비 58%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심리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공급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이는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는 기존 분양 아파트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GS건설이 5월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한 스카이시티자이 아파트는 25일 정부 대책이 발표된 후 주말 모델하우스 내방객과 신규 계약이 평소의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의 학습효과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정부가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분당 일산 같은 대규모 신도시 건설을 중단하고 2017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과 청약경쟁률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분양이 많은 일부 지방 부동산 시장은 대출심사 강화로 위축되겠지만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사업성 높은 지역에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서울 강남발 재건축 열기가 목동 여의도 등지로 확대되고, 서울과 인근 지역 분양 아파트의 몸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중도금 대출보증 제한 등으로 ‘묻지 마 청약’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청약 인기 지역은 실수요나 갈아타기 수요가 몰려 경쟁률이 치솟는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