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기자의 아, 저 차 영화에서 봤어!
왜 악당이 주목받게 됐을까. 그 특유의 솔직함과 자신감, 제멋대로 하는 행동들이 우리 마음 속 한구석의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은 아닐지. 동시에 그가 가진 힘과 재력이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사실 영웅을 위협할 수준의 악당이 되려면 영웅을 위협할 정도의 ‘능력’은 필수적이니. 그래서 악당의 차도 같이 멋있어졌나 보다. 악당을 더 돋보이고 강하게 보이게 하려면 그가 타는 차도 당연히 그래야 할 터. 악당이 떼로 등장하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도 악당의 차가 등장하는데, 바로 ‘악당 중의 악당’인 조커가 타는 ‘조커 모빌’이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등장하는 ‘베이도르 인피니티 G35’. 인터넷 화면 캡쳐
앞서 유명했던 악당의 차로는 ‘007 스펙터’에 등장한 재규어의 스포츠카 ‘C-X75’가 있다. 007 스펙터를 계기로 재규어는 아예 브랜드 이미지를 ‘멋진 영국인 악당이 타는 차’로 광고하기도 했다. 다소 클래시컬한 매력을 뽐냈던 본드카인 애스턴마틴과 대비돼 강한 힘과 최신 기술을 가진 듯한 이미지를 드러냈다.
한국영화에서 이에 비견될 만한 주연급 악당의 차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베테랑’에서 안하무인 조태오가 탔던 포드 ‘머스탱’ 정도? 그러고 보니 요즘 악당들은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는 스포츠카 마니아인가 보다. 주로 마피아나 ‘조폭’으로 등장한 과거 악당들은 ‘회장님 차’를 타고 나타나서 품격 있는 ‘척’이라도 했는데, 요즘은 그럴 필요도 없어진 거 아닐까.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