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로 고생하시던 아버지, 아들 마라톤 출전 전날 하늘나라로 유일한 상주 기다리느라 입관도 못해… 손, 공항 해단식 참석 못하고 빈소로
21일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라톤에서 허벅지 통증을 참고 끝까지 완주한 뒤 힘든 표정을 짓고 있는 손명준. TV 화면 캡처
행사장 주변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낸 마라톤 선수들이 성적 부진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러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손명준은 21일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36분21초를 기록해 완주한 140명(전제 155명 중 15명은 중도 포기) 중 131위를 했다. 함께 출전한 심종섭도 2시간42분42초의 기록으로 13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이 해단식에 참석하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손명준의 아버지 빈소가 마련된 충북 음성의 한 장례식장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간경화를 앓던 손명준의 아버지는 리우 올림픽 마라톤 경기가 열리기 전날인 20일 유명을 달리했다.
황 부회장은 “아버지 소식을 전했더니 나를 잠시 멍하게 쳐다보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하더라. 따로 먼저 알려준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손명준의 한 지인은 “명준이는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었고, 이후 아버지가 막노동을 하며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고 전했다. 그는 “TV 중계로 마라톤 레이스를 봤는데 명준이가 뛰는 모습이 평소와 달리 아주 힘들어 보였다”고 말했다.
손명준 아버지의 입관은 유일한 상주인 손명준이 올 때까지 미뤄졌고,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까지 눈물을 보이지 않던 손명준은 입관을 하며 비로소 통곡을 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