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2016 리우올림픽]골프 ‘골든 슬램’ 박인비 귀국 국가대표라면 아파도 가야 한다던 할아버지 말씀에 출전 결심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한 박인비. 인천공항=김종석 기자
리우 올림픽에서 116년 만의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가 되며 사상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완성한 박인비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새벽부터 고생이 많다”며 기자에게 갖고 있던 금메달을 건네 보여주기도 했다. 500g의 이 금메달은 묵직했다. 박인비가 받아들이는 금메달의 무게감은 몇천 t에 이르는 듯했다. “메이저 우승도 꽤 했지만 올림픽에서 느껴지는 관심과는 비교도 안 되더라. 골프를 전혀 모르는 국민들까지 뜨거운 성원을 보내줘 큰 감동을 받았다. 시상대에서 처음 부른 애국가는 내 생애 최고였다.”
그만큼 부담도 컸다. “올림픽에서 1, 2라운드를 마친 뒤 몰려드는 피로가 1주일 내내 공을 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초인적인 힘이 요구됐다. 다행히 퍼팅 감각이 절정이었다. 리디아 고가 ‘언니 퍼팅은 대면 다 들어가는 거냐’며 놀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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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남기협 씨에게서 깜짝 선물로 받은 2개월 된 강아지 골든 레트리버를 안고 있는 박인비.
박인비는 승리의 원동력으로 모험과도 같은 스윙 변화를 꼽았다. 박인비는 두 달 가까이 남편 남기협 씨와 그의 1년 선배인 김응진 프로에게 합동 레슨을 받았다. “부상 이후 스윙이 작아지다 보니 임팩트가 부정확해지고 미스 샷이 나오는 원인이 됐다. 백스윙과 몸통 회전의 크기를 다시 늘린 뒤 이에 적응하려고 하루 종일 훈련에 매달렸다. 한밤중에 숙소 옥상까지 올라가 빈 스윙을 했다.”
부인에게 선물할 2개월된 반려견을 안고 있는 박인비의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한 박인비. 인천공항=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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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과도 같은 시련을 뚫고 찬란한 위업을 이룬 박인비와의 인터뷰를 마칠 무렵 가로등이 차례로 꺼졌다. 어느새 동녘은 환해지고 있었다. 박인비는 “내 골프 인생을 18홀에 비유한다면 이제 전반 9홀 정도 끝난 것 같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