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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며 복지 사각지대의 이웃들 도와요”

입력 | 2016-08-24 03:00:00

한국조리사회 셰프 30여명… 대전서 ‘일일 요릿집’ 개최 성황
60명 초청해 최상급 요리 제공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대전시지회 소속 셰프들이 22일 대전에서 ‘복지사각지대 시민을 위한 자선기금 마련 요리쇼’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은 대전에서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요리를 경험하시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돕는 두 가지 행운을 갖게 되는 겁니다.”

22일 오후 7시 대전 목원대 앞 캠퍼스타워 5층의 한 레스토랑에서 이색 행사가 열렸다. 한국조리사회중앙회 대전시지회(회장 박병식·전 리베라호텔 총주방장)가 개최한 ‘복지사각지대 시민을 위한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요리쇼’가 그것.

한국조리사회는 외식업을 경영하는 업주와는 달리 요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셰프들의 모임으로 대전의 경우 전문 셰프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자선 행사에 나선 조리사는 모두 30여 명. 대부분 대전의 4, 5성급 호텔에 종사하거나 개인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는 오너세프로 행정기관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의 복지 혜택 범위에서 벗어난 분들을 위해 이른바 ‘일일 찻집’이 아닌 ‘일일 요릿집’을 연 것.

초청자는 딱 60명. 1인당 5만 원짜리 티켓을 사전에 판매했다.

비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이날 제공된 코스 요리는 그야말로 국내 최상급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구성됐다. 특히 유성 배, 공주 밤, 금산 인삼, 대전 유성구 구즉묵 등 대전 주변의 로컬 식재료만을 이용해 한식 세계화도 은근히 노렸다.

첫 번째 식전 요리는 밤죽.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전을 방문했을 때 제공됐던 콘셉트로 공주의 밤과 쌀가루를 혼합해 논산시 연산 대추를 곁들였다. 두 번째 요리는 금산 인삼과 해삼을 실낱처럼 얇게 저며 썬 뒤 예쁜 접시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대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엘마노의 오너셰프이자 사단법인 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 이사이기도 한 최상현 씨는 “쌉쌀한 맛과 해삼의 졸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추는 느낌”이라고 요리를 소개했다.

메인 요리는 도토리묵떡갈비. 구즉 도토리 분말과 1등급 한우에 갖은 양념을 해 버무리고 완자로 만든 뒤 그 안에는 라이스페이퍼와 찹쌀을 넣어 감칠맛과 함께 고소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을 연출했다. 또 용과와 1년 숙성시킨 복숭아장아찌, 고추장과 케첩에 버무린 연근, 특히 과일 껍질 안에 넣은 조개젓은 신의 한 수였다. 자연산 송이를 얇게 저며 썬 뒤 돛단배처럼 띄운 송이식혜와 유성 배를 이용한 강정, 수박냉면은 무더운 여름 피로를 한방에 날리는 ‘끝판왕’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성효 전 대전시장, 송진만 대전시 식품안전과장, 이성희 사단법인 한국음식문화진흥연구원장, 단국대 이희성 교수 등이 참석했으며 다양한 공연도 함께 이뤄졌다.

박병식 회장은 “주방에서 조리할 줄만 알았지 세상을 몰랐다”며 “우리보다 어렵고, 더욱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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