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공연 마친 유럽의 두 스타… 소프라노 임세경-발레리나 박세은
소프라노 임세경이 박세은과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신기하다. 어쩜 나와 생각이 똑같을까”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세은(27)과 오페라 페스티벌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41). 최근 국내에서 열린 공연에 출연한 두 사람이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처음 인사를 나눴다.
처음엔 어색해할까 봐 걱정했으나 5분쯤 지나자 두 사람은 궁금한 것을 물어보더니 서로의 예술과 생활을 공감하고 연신 웃음보를 터뜨리며 1시간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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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경=성악은 나이가 들면서 소리가 익어가요. 나이가 들면서 책임질 수 있는 역할도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살아남기 위해 빨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가려고 해요.
발레리나 박세은은 임세경과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인터뷰와 달리 예술가끼리 느끼는 것들을 말하니 좋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세은=발레는 몸의 움직임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줘요. 몸의 움직임은 결국 기본과 기술이 있어야 해요. 정확한 손끝 하나의 움직임에 따라 감동도 달라져요.
▽임세경=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못하는 성악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달하지 못해요. 세계적인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는 “공부하고 잊어라”고 얘기했어요. 연습을 많이 해서 무대에서 잊고 노래할 정도가 되어야 감동을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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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경=오페라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성악가가 살아남으려고 하면 달라야 해요.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잘하려고 하면 외국인이 질 수밖에 없어요.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해요.
▽박세은=파리오페라발레단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자국 출신을 선호해요. 저는 하기 싫은 역할이라도 절대 싫은 티를 내지 않아요. 핸디캡이 있는 외국인이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해내면 인정을 받고 더 나은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최근 성악이나 발레에서 실력만큼 외모에 큰 관심을 두는 경향에 대해서도 한마디씩 나눴다.
▽임세경=확실히 외모가 많이 중요해졌죠. 예전에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처럼 뚱뚱해도 스타가 됐지만 이제는 날씬하고 잘생긴 사람을 선호해요. 그래도 일단 노래를 잘해야 해요. 유명한 극장도 결국에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을 세우지, 외모만 좋다고 세워주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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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하나씩 들었다.
▽박세은=어느 작품이나 다 소화를 할 수 있어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어요. ‘처음에는 역할에 어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좋아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역할도 노력하고 연습해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