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이정현 대표 ‘나 홀로 행보’ 우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 대표의 첫 당직 인선과 관련해 일각에선 사전 논의나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8일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이정현 대표의 ‘독주(獨走)’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8·9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면서 대표의 위상이 높아진 데다 공개 발언까지 없애 최고위원들은 사실상 존재감을 잃었다. 이 대표는 ‘폭넓은 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의 ‘나 홀로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첫 당직 인선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새로 도입할 ‘국회의원 민원관 제도’에 경계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매끄럽지 못한 첫 인선
전당대회에 앞서 개정한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는 최고위원과 협의해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를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집단지도체제’처럼 당직자 인선 시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칠 필요는 없지만 최고위원들과 최소한의 협의를 하도록 한 것. 한 최고위원 측 인사는 “이번 인선과 관련해선 아무런 공식적인 논의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대표와 박 사무총장이 김 의원의 국민공감전략위원장직 임명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박 사무총장은 김 의원에게 다른 당직을 권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국민과의 소통을 넓히겠다”며 새롭게 만든 공감전략위원장 자리를 두고 정작 당내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던 셈이다. 향후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 조직부총장, 홍보본부장, 여의도연구원장, 당무감사위원장 등의 인선 시 최고위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새누리당표 ‘민원의 날’ 효과 있을까
이 대표 체제 출범 이전에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신설한 ‘국회의원 민원관 제도’는 세부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실시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매주 하루를 ‘새누리당 민원의 날’로 지정해 국회의원들이 직접 국민의 고충을 듣고 민원을 해결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굵직한 사건이 터지면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직접 민원 현장으로 내려가 ‘현장 민원관’ 역할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당 대표 경선 때부터 민생을 강조해온 이 대표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2, 3명씩 짝을 지어 지역에 내려가 현장과 소통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선 민원관 제도가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민원을 중앙에서 처리하면 될 거란 생각 자체가 권위적이고 보여주기 식”이라며 “자칫 여당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민원의 날’을 만든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도 “민원은 접수하는 것보다 사후 처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의원이 실효성 있는 민원 처리 프로세스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원관을 자처했다가 사후 처리가 부실하면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만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병수 gamja@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