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엘리트 줄이은 탈북]39호실 유럽자금총책 망명
대동강돼지공장 시찰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동강돼지공장을 시찰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18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고기 가공품들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지만 유럽 내 자금총책의 잠적과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입국 때문에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 씨가 지냈던 국가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던 한 탈북자는 “그 나라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오가기에 수월한 위치여서 당 자금을 벌어들이는 인물들이 가족을 현지에 정착시키고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불법 거래에도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소식통은 “사건이 벌어진 국가 이름과 김명철의 본명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현지에서 활동하며 ‘김명철’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탈출 동기는 지난해부터 북한에 거주하던 가족과 친지들이 숙청 대상이 되면서 신변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두 아들은 해당 국가에 거주하면서 올해 초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둘째 아들은 1988년생으로 현지에서 다국적 인터넷 금융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 부인의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 씨는 현재 제3국 망명을 희망하고 있지만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사례처럼 막판에 마음을 돌려 한국행을 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태 공사가 북한 외무성에서 유럽 외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만큼 김 씨 탈북 사건에 대한 책임도 무거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5월 방북했던 영국 BBC 기자가 김정은을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다’고 보도한 혐의로 북한 당국에 억류된 사건 때문에 당시 BBC 기자의 방북 문제를 담당했던 태 공사가 책임 추궁을 당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태 공사는 제3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영국을 떠날 만큼 탈북을 결행하는 과정이 긴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의 남겨진 가족은 제3국에 체류하던 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지도부가 거액을 갖고 탈북한 김 씨의 추적에 이미 나섰고 추가 탈북과 해외 주재원 동요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검열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태 공사 망명 이후 외교관 가족 소환령을 내리는 등 단속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태 공사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내에 입국을 했고 널리 보도가 돼 사실 확인 차원에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의 일부가 제3국에 잔류하고 있는 상태인 만큼 정부의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숭호 shcho@donga.com·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