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잇따르는데… 처벌-재발방지 대책엔 ‘구멍’ 착용기간 길수록 심리적 압박감 줄어… 재범건수 4년새 6.6배로 급증 위치추적-심리상담 강화 등 필요
이 사건 사흘 전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이 살해당했다. 경찰에 붙잡힌 살해범은 2005년 특수강도강간죄로 복역하다 지난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출소한 김모 씨(36)였다. 김 씨의 전자발찌 착용 기간은 10년이었다.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범행이 속출하면서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성폭력으로 형을 살고 출소한 사람들의 평균 부착 명령 선고 기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자발찌가 처음 도입된 2008년 2.5년에서 2014년 10.4년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재범 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2011년 20건에서 지난해 132건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광고 로드중
전문가들에 따르면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소는 위치추적시스템을 통해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동선만 확인할 뿐 범죄 현장을 체크할 순 없다. 결국 전자발찌가 범죄가 일어난 뒤 사후에 확인해 검거율을 높이는 역할만 하고 범죄를 막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연성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논문에서 “전자발찌 착용 기간을 늘리기보다는 범죄 충동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덕영 경동대 경찰학과 교수도 “전자발찌 착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신구’에 불과해 착용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줄어든다”며 “전자발찌 만능주의에 빠지기보다 적극적인 상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상담가가 재범 방지를 위해서 심리 상담을 주기적으로 하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소개하는 등 재범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시하는 인력 외에 이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상담을 하는 등 재범 방지를 위해 교화 활동을 하는 전문 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재범 가능성이 높은 장기 착용자들을 만나 심리 상담을 하는 인력을 늘리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