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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방에서 이상한 냄새? 가족과 살았지만 ‘방치’된 가장의 죽음

입력 | 2016-08-10 10:36:00




60대 가장이 숨져 부패한 상태로 집에서 발견됐다. 이상한 점은 함께 살고 있던 4명의 가족들은 이를 뒤늦게 알았다며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20분경 사하구 한 단독주택 1층 안방에서 이모 씨(65)가 숨져 있는 것을 이 씨 매형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이 씨의 부인(61)은 지난 7일 경남에 사는 친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 방을 들어가려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불안하니 집으로 와 달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 가족들은 한 집에 살았지만 마치 남남처럼 서로 접촉이 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사는 집은 두 개의 거주 공간으로 나눠진 별채 형식 구조였다. 이 씨는 아들(36)과 같은 현관문을, 부인은 30, 40대 두 딸과 같은 현관문을 썼다. 세 자녀 모두 결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딸은 경찰에서 “아버지의 술버릇 등으로 인해 끼니때마다 식사를 방 문 앞에 가져다 드리는 것 외엔 거의 접촉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 옆방에 혼자 사는 아들은 당뇨병 탓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방안에서 잘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사실상 고립된 삶을 산 것으로 보인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얼마 전부터 ‘120살 넘게 장수하는 공부를 하겠다’며 단식을 선언해 식사를 드리지 않아 접촉이 더 뜸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은 “현재로선 타살혐의가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가족들을 상대로 신고가 늦은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며 “시신의 부패 상태 등을 봤을 때 숨진 지 한달 정도 돼 보이지만 요즘 날씨가 워낙 무더워 정확한 시기를 부검을 통해 확인해야한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