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지지율 동반추락 우려 “다수당 지위 빼앗길라” 위기감… 의원들 잇달아 “트럼프 지지 거부”
“대선을 포기하더라도 의회 권력만큼은 넘길 수 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 전몰장병 부모 비하 발언 등으로 지지율이 연일 급락하자 당 안팎에선 대선을 분리해 연방 상하원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략이 흘러나온다. 11월 대선은 상하원 선거(상원 100석 중 34석, 하원 435석 전석)와 동시에 실시된다. 트럼프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의원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현재 공화당은 2014년 중간선거 결과로 상하원 모두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 기관인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 전략가들은 트럼프 패배를 기정사실로 놓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했을 때 의회만큼은 공화당이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담은 선거 광고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의원들의 이 같은 ‘트럼프 피하기’는 트럼프가 전국 단위 여론조사는 물론 자신들의 지역구 내 조사에서도 클린턴에게 밀리면서 노골화되는 모습이다.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트럼프는 38%로 49%의 클린턴에게 11%포인트까지 밀렸다(프랭클린-마셜 4일 조사). 심지어 공화당 강세 지역인 조지아 주에서도 트럼프는 40%로 44%의 클린턴에게 뒤졌다(애틀랜타저널 5일 조사).
이런 현상은 11월 대선에서 한 투표용지에 상하원 선거 투표까지 동시에 하는 미국의 독특한 선거 제도에 따른 측면도 없지 않다. 투표용지 맨 위에 적힌 대선 후보를 선택한 후 그 아래에 있는 상하원 선거 후보를 고르는데 트럼프에게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 등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런 현상을 겨울에 입는 코트의 옷자락이 바닥까지 닿는 것에 빗대 ‘옷자락 효과(coattail effect)’로 부른다. 연방의회 선거 관련 정보까지는 잘 모르는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에 대한 호불호에 근거해 나머지 투표까지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