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출신 김현일 바하밥집 대표… 주거난민展 관람객과 만두파티
김현일 바하밥집 대표(가운데)가 서울 종로구 동숭길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만두파티에서 관람객과 행인들에게 나눠 줄 만두를 들어 보였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번 만두파티는 노숙인 등 전 세계 주거난민을 다룬 기획전인 ‘홈리스의 도시’와 연계해 열렸다. 전시를 기획한 목홍균 독립큐레이터가 노숙인의 생활을 알기 위해 김 대표를 찾아가 만두파티를 제안했다. 김 대표를 만나봤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사업을 하다 빚더미에 올라 서울역 등을 전전하며 노숙을 했죠. 그러면서 안정적인 주거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이후에도 퀵서비스와 포장마차, 생수 배달, 막노동을 하면서도 노숙인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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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가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먹는 건 무료 급식소 등지로 발품을 팔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만 주거 문제는 다르더라고요. 내 다리를 뻗고 안심하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면, 음식만 주는 건 일회성으로 그친다는 걸 절감했어요.”
그는 고시원에 노숙인을 데려와 공장 일자리를 소개해줬다. 이따금 자활에 성공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그러다 2012년 김 대표에게 임대아파트가 생기자 큰 결심을 하게 됐다. 결혼 후 20여 차례 이사를 다녔지만 주거가 안정되니 평소 꿈꾸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2012년 어린이집 운전사를 그만두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 바하밥집을 차렸다. 50m² 규모의 바하밥집에는 카페와 만두가게, 베이커리가 함께 있다. 김 대표와 알고 지내던 70대 만두 명인은 만두 제조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한 방송 작가는 노숙인 365명을 찾아다니며 백지에다 숫자를 쓰게 해 달력을 만든 뒤 이를 팔아 운영 자금을 댔다.
바하밥집 벽에서는 ‘브룩스가 여기 있다(Brooks is here)’란 문구를 볼 수 있다. 감옥생활을 다룬 영화 ‘쇼생크 탈출’의 인물 브룩스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고 출소한 후 적응을 못하고 모텔에서 자살하며 ‘브룩스가 여기 있었다(Brooks was here)’란 문구를 유서로 남겼다. 바하밥집은 이를 현재형으로 바꿔 노숙인들에게 희망의 빛을 나눠주고 있다. 실제로 28년간 수감생활 후 노숙을 하던 사람이 바하밥집에 와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그는 “세상이 날 버렸고, 나도 나를 버렸었다. 술 취해 거리에 누운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준 이는 바하밥집 주인장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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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노숙인 복지 문제라면 누구보다 먼저 팔을 걷는다.
“이 도시에서 저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한 끼의 식사가 뜻밖의 기적을 낳을 수 있다는 걸 믿거든요.”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