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초대형 IB 3조-4조-8조 계단식 인센티브案발표
이에 따라 내년 2분기(4∼6월)부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이 4조 원 이상인 증권사는 어음 발행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환전 업무도 할 수 있다. 8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는 어음관리계좌(CMA)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일 자기자본 10조 원 이상의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인 증권사를 의미한다.
○ IB 대형화 위해 계단식 인센티브
자기자본이 4조 원 이상이면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의 자금 조달 창구가 다양해지는 셈이다. 기업을 상대로 한 환전 업무도 가능해진다.
자기자본이 3조 원 이상인 증권사들에는 기업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대출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새로운 건전성 체계(NCR-Ⅱ)를 적용하기로 해 증권사의 대출 여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방안도 나왔다. 국내 기업이 해외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거나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국내 증권사가 투자 및 주관을 하는 경우 정책금융기관이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공동 투자해 주기로 했다.
○ 덩치 키워 모험자산에 투자해야
금융당국이 이번 대책을 마련한 이유는 국내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중개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도록 지원해 주기 위한 것이다. 국내 증권사의 총수익에서 중개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이르지만, 세계 1위 골드만삭스는 14%(2014년)에 불과하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모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려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자기자본)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에 대해 업계는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자기자본 규모가 7000억 원대인 하이투자증권 인수전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 신용공여 한도가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과 8조 원까지 덩치를 키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권사들이 덩치만 키운 뒤 계속해서 중개업에만 의존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