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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병 막으려면 물놀이 때 수영안경 끼세요”

입력 | 2016-08-01 03:00:00

여름철 전염성 질환 예방법




“부장님, 말씀하신 자료예요. 더 필요하신 것 있으면….”

서류를 던지다시피 하고 후다닥 도망치는 부하 직원을 보며 이한종(가명·49) 부장은 한숨을 쉬었다. 유행성각결막염에 걸려 ‘토끼 눈’이 된 이 부장을 직장 동료들은 좀비에 물린 보균자처럼 취급했다. 순식간이었다. 두 자녀에 이어 눈이 빨개진 아내에게 “조심하랬잖아”라고 핀잔을 준 다음 날 아침 이 부장의 눈에도 눈곱이 잔뜩 껴 있었다. 여름철 감염병을 둘러싼 궁금증을 박종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안과 교수, 김휘영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등과 풀어봤다.

―눈병 걸린 아이와 밥도 같이 먹으면 안 되나.

“눈병이라고 다 옮는 건 아니다. 알레르기성결막염은 꽃가루나 동물 털처럼 특정 원인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일 뿐 전염되지 않는다. 다래끼도 눈에 윤활유를 분비하는 ‘마이봄샘’이 막힐 때 생긴다. 무조건 감염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눈이 아프고 충혈이 심하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 유행성각결막염과 급성출혈성결막염(아폴로눈병) 등 감염성 눈병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유행성각결막염 환자는 7월 늘기 시작해 8, 9월 급격히 증가한다. 같은 식탁에서 식사하거나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 정도로는 옮을 가능성이 낮지만 수건을 같이 쓰는 등 병균이 눈에 직접 닿으면 감염될 위험이 크다.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 리모컨 등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난 뒤엔 손 세정제를 묻힌 티슈 등으로 깨끗이 닦고, 베개나 안약은 따로 써야 한다. 귀가 후엔 손을 자주 씻고 물놀이할 때도 수영 안경을 끼는 게 좋다.”

―A형 간염 진단을 받았는데 수유도 안 되나.

“올해 1∼6월 A형 간염 환자가 58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06명)의 2.1배 수준이다. 2012년 이후 가장 많다. A형 간염은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라 환자의 타액 등에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A형 간염 환자와 함께 식사를 한다면 탕과 찌개, 반찬 그릇을 따로 쓰는 게 좋다. 다만 모유로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수유를 중단할 필요는 없다. 또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도 이상에서 1분 동안 가열하면 완전히 사멸한다. 보통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감기 몸살처럼 피곤하고 머리가 아픈 증세가 나타난다. 백신은 있지만 치료제는 없다. 감염되면 영양 섭취를 고르게 하고 충분히 안정을 취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특이한 점은 어릴 때보다 성인이 된 뒤 감염됐을 때 증상이 더 심하다는 것. 소아는 가벼운 감기 정도의 증상을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 면역이 유지되지만 성인은 입원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할 수 있다.”

―결핵 걸린 아이, 얼마나 치료 받아야 학교 갈 수 있나.

“결핵은 결핵균이 기침을 통해 퍼져 나갈 수 있는 활동성 폐결핵과 전파 우려가 없는 잠복 결핵으로 나뉜다. 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받았다면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가족과 다른 방에서 격리돼 생활하는 게 좋다.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으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치료제를 먹은 지 2주가 지나면 전파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함께 식사를 해도 무방하고, 학교나 어린이집에 나가도 된다.”

―무좀, 나았나 싶었는데 자꾸 도진다.

“무좀 환자는 6월부터 증가해 장마철이 끝나는 8월에 가장 많다. 무좀의 원인인 피부 사상균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귀가 후엔 잘 씻는 것만큼 잘 말리는 게 중요한데, 재발을 막으려면 다른 가족과 발수건을 따로 쓰고 약을 꾸준히 발라야 한다.”

―물놀이 중 귀에 물이 들어갔는데 잘 마르지 않는다.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2.5cm 정도의 통로인 ‘외이도’는 외부 자극에 약하다. 외이도가 곰팡이나 세균에 감염돼 가렵고 고름이 나오는 것을 외이도염이라고 하는데, 덥고 습한 8월엔 환자 수가 2월의 1.8배가량이다. 수영 전 물놀이용 귀마개를 착용해 외이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이미 젖은 귀를 말릴 땐 헤어드라이어나 선풍기 바람을 약하게 쏘여 자연스럽게 건조해야 한다. 면봉으로 자극하면 상처가 생겨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광연 인턴기자 아주대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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