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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출실적 7년간 제로 “글로벌 빅3 도약” 멀어진 꿈

입력 | 2016-07-29 03:00:00

막강한 자금력 日-中에 번번이 고배… 원전시장 부흥기 ‘남의 잔치’될 판
범정부 차원 해외진출전략 짜고 운영-정비-설계 등 틈새 노려야
한수원, 3000명 해외파견 예정




2009년 12월 27일,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186억 달러(약 21조800억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다. 프랑스 일본 등을 제치고 처음으로 따낸 해외 원전 사업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해 ‘세계 3대 원전 수출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7년 동안 원전 수출 실적은 ‘0’이다. 원전 수출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키우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사실상 ‘공수표’가 되고 있다. 조선, 철강 등 한국 수출을 지탱해온 산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새로운 활로 확보 차원에서 원전 수출 전략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자금력 부족에 번번이 고배

UAE 원전 이후 한국은 번번이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문제는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떨어지는 자금력이었다. 새로 원전을 건설하려는 국가들은 대부분 공사 발주 때 건설비 조달 방안을 마련해올 것을 주문한다. 2013년 일본-프랑스 컨소시엄이 계약을 따낸 터키 원전도 마찬가지였다. 터키 정부는 일본-프랑스 컨소시엄에 건설비를 마련하고 대신 투자금은 전기료로 회수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어 응찰을 포기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국들은 모두 정부가 원전 수주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서다. 중국은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자국의 ‘수출 우세 산업’ 중 핵심으로 철도와 원자력발전 산업을 선정했다. 일본도 원전 수출을 전담하는 회사인 ‘국제원자력개발’을 세워 도쿄전력과 미쓰비시 등 민관이 함께 뛰고, 한국의 수출입은행 격인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이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지원사격을 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가 대항전’인 원전 수주전을 한전이나 한국수력원자력 등 개별 공기업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며 “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라 금융 지원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 등 전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운영·정비 등으로 수출 다변화해야

세계 원전 시장은 최근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 온실가스 감축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원전의 장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35년까지 사우디, 베트남, 체코 등 10개국에서 60기가량의 원전이 신규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건설 사업에만 주목하지 말고 원전 운영 지원이나 정비, 설계 등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릴 필요도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수원이 UAE 바라카 원전의 운영 지원 계약을 따낸 것은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총 3000명의 전문인력을 파견해 원전 운영을 맡기로 했다. 수주액은 인건비에 주거비 교육비 등 간접비 지원까지 총 9억2000만 달러(약 1조400억 원) 규모다. 연봉 30만 달러 규모의 일자리 3000개를 창출한 셈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기술인력 지원은 고용 창출이 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라며 “앞으로 신흥국뿐만 아니라 영국 등 원전 관련 인력난이 예상되는 선진국으로의 인력 수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