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 “중고품 판매” 돈 입금 받아 대부분 명의 도용… 해킹 가능성도 넥슨, 경찰에 IP주소 제공 안해… 피해자들 “사기 방조” 소송 움직임
사기범들은 ‘넥슨’이라는 예금주 명의로 계좌번호를 제공하며 판매자들을 속였다(위). 아래는 넥슨 가상계좌로 5만 원이 출금됐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내용. 카카오톡·문자메시지 화면 캡처
최근 넥슨을 포함한 게임회사의 가상계좌가 ‘대포 통장’처럼 악용되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게임 가상계좌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머니를 충전할 때 부여받는 계좌다.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려면 현금이 아닌 게임 머니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해 게임 머니를 충전하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넥슨 가상계좌를 개설한 뒤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거짓 판매 글을 올리고 해당 계좌로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수법을 썼다.
사기범들은 구매를 희망하는 피해자들에게 연락이 오면 이 가상계좌를 알려주고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계좌로 들어온 돈은 곧바로 현금화할 수 없어 사기범들은 이 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산 뒤 되파는 수법으로 현금을 챙겼다.
피해가 속출하자 넥슨 계정 자체가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가상계좌 피해 신고가 들어와 수사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명의가 도용된 사례”라고 말했다. 넥슨 측은 파문이 커지자 해킹 의혹을 부인하면서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서상희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