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 2심 무죄’ 한일이화 사건 파장
이 사건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이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고, 이후 서울동부지검 간부들의 인사 보직 경로와 맞물려 뒷말이 무성했던 사건이다.
○ 항소심 재판장, 초기부터 ‘경고 신호’
한일이화는 “위법하게 부과된 가산세 127억 원과 법인세 등을 돌려 달라”며 2013년 8월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항소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난 유 회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세청이 과세 처분한 근거가 대부분 사라져 세금 553억 원 중 이 사건 공소사실에 따라 부과된 법인세와 가산세 총 400억여 원이 환급 가능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강소한일 순이익이 한일이화의 회계장부에 고스란히 반영되면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원가인하(CR) 압력을 넣을 것을 우려했다”며 지분 매입 경위를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변호사였던 우 수석은 유 회장의 1700억 원대 배임을 ‘액수 불상’으로 변경해 달라고 평소 스타일대로 ‘세게’ 압박했다. 서울동부지검 간부들과 몇 달간 기 싸움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유 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민정비서관으로 공직에 복귀한 우 수석에게) 밉보이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말도 나돌았다.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는 “검찰의 역할이 별것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첫 기일부터 “수사 검사가 나오는 게 좋지 않겠느냐” “1심에서 인정한 기업가치 평가 방법 외에 다른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수차례 ‘경고 신호’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은 2월 유 회장에게 분식회계 부분만 유죄를, 나머지는 “합리적 경영 판단”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 檢 “빵집 잘되면 빵집 내다 파느냐”
항소심에서 유 회장 측이 비용을 내서 회계법인이 강소한일의 가치를 재평가하던 도중 유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 평가가 핵심 쟁점인 사건에서 피고인 측 비용으로 회사 가치를 감정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결국 검찰은 허술한 공판 관리로 유 회장에게 빈틈을 허용했고, 법원이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편법적 부(富)의 이전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이화의 알짜 계열사가 유 회장 개인 회사로 헐값에 인수된 부분에 대해선 2014년 4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오영준)도 위법성을 인정했다. 한일이화 일부 주주가 유 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 소송에서 재판부는 “유 회장이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한일이화에 손해를 끼친 거래”라며 “회계법인이 평가한 강소한일의 기업 가치 자료가 유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했다”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장관석·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