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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리커창 ‘권력투쟁’ 시작되나

입력 | 2016-07-26 03:00:00

국유기업 해법 충돌 이어 차기지도부 구성 물밑싸움
WSJ “시주석 독주에 리총리 반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중국 경제, 특히 국유기업에 대한 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내년 하반기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최고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력서열 1, 2위인 두 사람의 갈등은 쉽게 봉합하기 어려워 중국 정치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조할 수 있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유지돼 온 집단지도체제가 시 주석 3년을 맞으면서 유명무실화돼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2, 3년 동안 시 주석에게 순종해 온 리 총리가 반발하고 있다며 사례들을 열거했다.

두 사람은 4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이 개최한 ‘전국 국유기업 개혁 좌담회’에서 국유기업에 대한 전혀 다른 처방을 제시하며 대립했다. 시 주석은 국가와 정치 위주의 접근법을, 리 총리는 시장지향적 대안을 들고나왔다.

시 주석은 “국유기업은 더욱 강하고, 우량하며, 커져야 한다”며 국유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지도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리 총리는 과잉 생산으로 비대해지거나 차입금의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청산 등 국유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규율을 따라야 한다며 시장주의적 접근을 내세웠다.

앞서 5월 9일 런민(人民)일보는 한 개면 이상 분량으로 ‘권위 있는 인사’의 인터뷰를 싣고 “일부 낙관론자들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U자형 혹은 V자형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L자형 단계에 들어섰다”며 리 총리 측을 겨냥했다. 각종 규제를 풀고 올해 1∼3월에만 4조6000억 위안(약 828조 원)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는 리 총리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리 총리는 전국 관련 공무원 화상회의에서 ‘젠정팡취안(簡政放權·규제 간소화와 권력 이양)’을 언급하고 ‘샹런웨이궈(相忍爲國·국가가 고난을 당했을 때 고통을 함께함)’ 네 자를 거론하며 맞섰다.

시-리 갈등의 뿌리는 출신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시 주석은 태자당(중국 혁명 주도 세력의 자제들), 리 총리는 공청단(공산당 청년조직) 출신이다.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최고 권력자가 될 때까지 자신의 라이벌이던 리 총리와 공청단을 견제하는 데서 나아가 본때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내년 19차 전당대회에서 리 총리가 연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 총리가 나이 상한(68세)에는 걸리지 않아 상무위원으로는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총리직에서는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신임 총리로 거론된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밍징신원왕(明鏡新聞網)은 최근 출간된 책 ‘중공(中共) 19대 상무위원’을 인용해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과 시 주석의 수석 책사 왕후닝(王호寧) 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신임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