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보안시설인 원자력발전소 내 피뢰침의 접지선을 공사 도중 도난당했지만 6년 동안 모를 정도로 안전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2년 영광 한빛원전 6호기 피뢰침 접지선 절도사건과 관련해 당시 배관공사에 참여했던 A 씨(65) 등 근로자 3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A 씨 등 3명의 입건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한 건설업체가 2009, 2010년부터 영광 한빛원전 1, 6호기 주변 배관 매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원전 낙뢰피해를 막기 위한 피뢰침 접지선을 훔쳤다는 시민단체의 제보를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6호기 피뢰침 접지선 시작구간 25m에 설치된 구리동관 4m(4㎏)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피뢰침에 연결된 접지선은 격자형으로 땅속에 묻혀 있고 전기를 땅으로 방전시켜 원자로 건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접지선이 없으면 번개가 떨어졌을 때 화재나 설비 장애가 생길 우려가 있다.
경찰은 6호기 피뢰침 접지선 전체 구간이 길이 300m, 폭 5m 면적 전체에서 피뢰침 접지선 도난사고가 일어났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25m 간격으로 피뢰침 접지선 격자형 박스가 1개씩 설치된 것을 감안하면 구리동관 32m이 도난당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1, 2호기와 5호기 피뢰침 접지선은 정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2010년 당시 구리동관 가격이 ㎏당 1만 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A 씨 등이 공사를 하면서 돈벌이를 위해 피뢰침 접지선을 훔쳤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