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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클럽’ 65곳 탈락… 벤처, 성장세 주춤

입력 | 2016-07-22 03:00:00

매년 50개씩 늘던 ‘클럽 회원’ 최근 2년은 10개 내외로 급감




배전반과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의 자동제어 시스템 제작 기업인 광명전기는 2014년 벤처기업으로서는 ‘꿈의 매출’인 1000억 원을 넘었다. 당시 115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30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광명전기 관계자는 “국내외 건설 경기가 워낙 침체됐고 중국, 베트남, 중동 시장에 진출했지만 예상보다 수출 실적이 좋지 않아 매출이 다소 하락했다”고 밝혔다.

○ 벤처업계도 더딘 성장세로 ‘악전고투’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는 교육전문기업 ‘에스티유니타스’(사진) 등 55개사가 작년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해 ‘벤처1000억기업’ 대열에 새롭게 합류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에스티유니타스 제공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벤처·중소기업 업계마저 더딘 성장세로 고전하고 있다.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벤처기업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연평균 50개씩 늘어났지만 최근 2년간은 연평균 10개만 증가했다. 대기업의 부진을 메워줄 ‘새로운 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기업은 474개로 2014년의 460개에서 고작 14개(3.0%) 늘어났다. 2014년에도 ‘매출액 1000억 클럽’은 전년 대비 7개(1.5%)만 증가했었다. 2008년 202개에서 2013년 453개로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속도가 현격히 줄어든 것이다.

벤처기업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해 벤처기업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을 말한다. 통상 연매출 1000억 원이 넘으면 기업 성장세가 확고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연매출 1500억 원이 기준인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후보기업군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 지난해 ‘1000억 벤처’에서 미끄러진 곳 14%

매출 1000억 원대 벤처기업 증가 속도가 급격히 꺾인 것은 우선 ‘탈락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4년 1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460개사 중 지난해 매출액 1000억 원 미만인 곳은 65개사(14.1%)나 됐다. 올해 1000억 클럽 신규 진입 업체는 55개사, 재진입은 24개사다.

강화글라스 생산 기업인 태양씨앤엘이 그런 사례다. 2013년 매출액 2000억 원을 넘겼던 이 회사는 2014년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다 급기야 작년 매출이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 태양씨앤엘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휴대전화 글라스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해 매출이 감소했다”며 “기술 개발을 꾀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도 밝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중기청이 1000억 클럽에서 탈락한 6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개사는 “경기 악화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중소기업들이 저성장 기조를 만나 중견기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연매출 1000억 원대를 처음 기록한 이른바 ‘유망주’ 기업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런 기업은 2010년과 2011년 각각 85개, 87개로 가장 많았다가 2012년부터는 해마다 42∼56개에 그치고 있다. 기존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진 상황에서 실력 있는 신인 선수의 출현도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 R&D 투자 줄어드는 것이 더 큰 문제

더 큰 문제는 벤처기업들의 평균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기술 연구개발(R&D)에 쓸 돈부터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벤처기업들이 R&D에 쓴 금액은 평균 43억 원.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14년 2.9%에서 2.0%로 0.9%포인트나 떨어졌다.

중기청 관계자는 “벤처기업 성장세가 완만해졌지만 대기업군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결과”라며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대기업 1.4%, 중견기업 1.1%, 중소기업 0.8%인 것을 감안하면 벤처기업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덕희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장은 “벤처기업의 성장은 한국경제가 얼마나 활력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라며 “1000억 벤처기업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것은 전체 중견 중소기업의 위기, 나아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