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위기, 노사관계부터 풀자]<下> 두 대기업 노조 엇갈린 자화상
투쟁 외치는 노조… 지역상공인 “자제를” 박유기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19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함께 동시 파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맨위쪽 사진). 같은 날 공장 인근 지역 소상공인들의 모임인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는 호소문에서 “최근 보도된 파업 소식은 안타까움과 절망을 느끼게 한다”며 두 노조가 파업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했다(맨아래쪽 사진). 울산=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뉴시스
파업하는 동안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500만 m²)에 이르는 울산공장은 인적도, 소리도 끊겨 고요했다. 시간당 520여 대씩 힘차게 쏟아져 나오던 완성차도 뚝 끊겼다. 이날 총 4시간 파업 때문에 생긴 생산 차질로 약 390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5년째 반복되는 광경이다.
○ 대립과 갈등, 회사는 수렁으로
오후에는 사측이 유인물을 배포했다. 현대차 측은 “이번 파업은 상급단체(민노총) 총파업을 위한 파업에 불과하다”며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등의 사례를 들며 “외부 투쟁과 연계한 파업은 노사에 피해만 입혔다”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하루에 약 6000대의 완성차를 생산한다. 이 중 30%는 내수용이고 나머지는 수출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파업 기간의 총 손실액은 아직 추정하기가 어렵다”며 “생산 차질은 수출 경쟁력 저하와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내부서도 불만…지역민들 원성
노조 내부에서도 회의적 여론이 팽배했다. 현대차 생산직 이모 씨는 “매년 회사나 노조나 똑같은 입장을 반복해 바뀌는 게 없다”며 파업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무직 조합원 김모 씨는 “사측도 파업에 만성이 돼서 옛날처럼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며 “노조도 구태를 벗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과 22일 파업에 돌입하는 가운데 이날 분사 대상인 설비지원부문 일부 조합원만 3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역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지역 소상공인들이 모인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는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에 바라건대 제발 파업을 멈춰 달라”며 “울산이 미국에서 파산한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을까 봐 두렵다”고 밝혔다.
○ SK하이닉스-LG이노텍처럼 협력해야
반면에 노사 모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감대로 위기를 극복하는 기업들도 있다.
두 회사 모두 노사가 위기 상황에 공감하고 힘을 합친 결과다. LG이노텍은 2년 넘게 노사 간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렀고, SK하이닉스도 지난해부터 공동으로 임금체계개편위원회를 꾸려 개선 방안을 논의해왔다. 국내 한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 글로벌 경쟁 심화를 피할 수 없다”며 “법이나 권리를 내세우기 전에 상생(相生)할 방법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이은택 nabi@donga.com·정재락 기자/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