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때 이해찬 국무총리는 ‘실세 총리’로 통했다. 두 사람의 생각이 쌍둥이 같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와 나는 문제를 내놓고 답을 쓰라고 하면 거의 비슷한 답을 써낸다.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은 구단주고 총리는 감독”이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에게 내치(內治)를 맡기다시피 하고 자신은 ‘동북아 균형자론’과 ‘내각제적 권력분점(대연정)’ 같은 구상을 불쑥불쑥 던져 나라 안팎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황교안 총리가 성주군 주민을 설득하러 갔다가 계란과 물병 봉변을 당했다. 평소 바늘 끝 하나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황 총리의 황망한 모습을 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최악의 총리 봉변은 1991년 6월 정원식 총리서리가 계란과 밀가루로 범벅이 된 것도 모자라 손찌검까지 당했던 ‘외국어대 총리 폭행 사건’일 것이다. 정 총리가 당시 시위정국을 단숨에 공안정국으로 바꾼 것처럼 황 총리가 ‘사드 반대론’을 잠재울지는 알 수 없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