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은 강남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한국 사람들을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강남의 탄생’(한종수 계용준 강희용·미지북스·2016년) 》
요즘 사람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집이다. 고공행진을 하는 집값과 전세, 월세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휜다는 하소연이 넘쳐난다. 더 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지, 대출을 늘려야 하는지 희망이 없는 고민을 털어놓다 보면 누군가는 후렴구처럼 이 말을 뒤에 붙인다. “예전에 강남에 땅 한 덩이만 사놨으면 지금 떵떵거리고 있을 텐데….”
서울 강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욕망이 가득하다. 1970년대 시작된 개발 사업, 그리고 약 40년 만에 쌓인 거대한 부. 처음에는 그저 영등포 동쪽 지역이어서 ‘영동(永東)’으로 불리던 이 땅은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이 됐다.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가 예전에 무밭(잠원동) 또는 도라지밭(도곡동)이었으며, 꽃 키우는 동네(서초동)였다는 건 사람들에게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강남처럼 빨리 성장하고, 잘살 수 있는지가 관심사일 뿐이다.
이 책은 강남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건설사들이 한강변을 공짜로 매립하고 아파트를 지어 올려 엄청나게 많은 돈을 쉽게 끌어모은 내용은 흥미롭다. 각 지자체마다 강남 따라하기 정책을 펼친 결과 경북 경주시나 전북 전주시 같은 몇 개의 고도(古都)를 제외하고는 나름의 특징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되새길 만하다.
저자들은 마지막에 “강남이 사람 사는 곳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부촌, 성형수술, 사교육, 유흥업소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남이 지금보다 인간미 넘치고, 땀 흘려 부를 창출하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