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8·끝>무딘 칼 갈고, 그물망은 촘촘히
“무딘 칼은 주변 살만 다치게 할 뿐 정작 상처 부위는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다. 부정부패를 제대로 척결하려면 칼날을 보다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9월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각계에서는 이런 조언이 나온다.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좋은 취지를 가졌지만,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규제 기준이 두루뭉술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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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잘 다듬어야 잘 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은 입법 목적을 충분히 살리되 잘 보완해서 시행해야 한다”며 “우선 법이 통과되기 전 삭제된 ‘이해충돌 방지 규정’(공직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 및 가족의 이익 추구를 막는 것)을 되살리고 적용 대상은 공직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3, 5, 10’ 규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패 척결을 하려면 대가성 판단에 대한 수사방법을 발전시켜 뇌물죄 처벌을 강화하면 되고 식사비, 선물비 등의 규제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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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가 포함된 데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과 상관없이 해당 직종 종사자들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나아가 금융 의료 제약 건설 등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지만 접대, 청탁, 리베이트 논란이 끊이지 않아온 여러 민간 부문도 뼈를 깎는 도덕적 재무장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건강한 소비문화 정착의 계기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 사회 특유의 허례허식 문화를 털어내고 소비시장 곳곳에 낀 과도한 거품을 제거하자는 조언도 나온다.
그린피에 붙는 과도한 세금을 낮춰 골프 대중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제안도 그중 하나다. 일반인이 큰 부담 없이 골프장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 골프’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그린피는 보통 주말 기준으로 1인당 20만 원을 웃돈다. 이종관 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은 “골프장을 호화사치 시설로 간주하면서 이용객들에게 개별소비세(2만1120원), 준조세(체육진흥기금) 등 과다한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장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는 카지노의 3배, 경마장의 16배, 경륜장의 37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카드 고객을 타깃으로 한 고급 음식점, 고가 명절선물 등도 개선의 여지가 큰 부문으로 지목된다. 개인 돈이 아닌 회삿돈으로 쓰다 보니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도 수요층이 꾸준하게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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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법이 정착되면 업무로 만날 때 불필요하게 고급스러운 식사를 배제하고 선물도 간소화될 것”이라며 “그러면 자연스레 건강한 소비문화 정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국 종합
※ 자문단 명단(가나다순)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 김주영 명지대 법학과 교수, 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호상 국립극장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완 대진여고 교사,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