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 이중언어말하기 대회 열려
12일 ‘2016 다문화학생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은상을 탄 유레아 양이 준비해온 사진을 들어보이며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식인 플로프를 설명하고 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레아의 부모는 고려인(옛 소련 지역에 사는 한국 교포)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오래전 러시아에 정착했다. 현재 아빠는 택배업을 하고, 엄마는 레아와 세 살배기 남동생을 돌보며 가끔 아르바이트를 한다. 레아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부터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다 2년 전 엄마 나라의 말을 배우려 한국에 왔다. 서울의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낯선 환경 탓에 일주일 동안 잠을 못 잤다. 엄마에게 울면서 다시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자고 졸랐다.
한 달쯤 지나자 레아는 학교가 좋아졌다. 친구가 생겼고, 무엇보다 한국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학교에 급식이 없어요.” 레아는 급식으로 국밥과 볶음밥이 나올 때 가장 행복하다.
참신한 내용 구성과 유창한 언어 표현으로 은상을 탄 유 양은 “나는 이제 진짜 한국 사람”이라며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13년부터 주최해 올해로 4회째 열린 이 행사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 출신 초중고 다문화 학생 98명이 지원했다. 예선을 거쳐 40명이 본선에 올랐고 총 24명이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을 받았다. 대상에 박레라(러시아·충무초 4학년) 추지원 양(중국어·이화여자외국어고 1학년)이, 금상에 최민건(중국·행현초 3학년) 윤막심 군(러시아어·다애다문화학교 3학년)이 뽑혔다. 서울시교육청 홍승균 장학사는 “다문화 학생이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잃지 않으면서 한국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것이 이 대회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