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그재판소 12일 ‘남중국해 판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12일 발표된다. 이번 재판은 필리핀(2013년 1월 제소)과 중국 사이에서 시작됐지만 PCA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미중 간 남중국해 해상 패권 다툼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이 PCA 판결을 무시하고 인공섬 건설과 군사 시설 확충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공고화에 나선다면 ‘남중국해판 신냉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필리핀을 지지하는 반면에 러시아와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 등은 중국을 지지하고 있어 진영 싸움의 구도가 확실하게 형성돼 있다.
중국은 피소 이후 ‘PCA는 관할권이 없기 때문에 재판에 참여도 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판결 하루 전인 11일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의 4개 인공섬에 건설한 등대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판결이 나오기 직전에 등대 가동 사실을 알린 것은 판결과는 상관없이 영유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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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5∼11일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등에서 벌이고 있는 대규모 군사 훈련에는 올해 출범한 중국의 ‘연합작전 지휘 체계’가 처음으로 적용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방 개혁을 단행한 이후 진행된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이자 새로운 군 지휘 체계 완성 이후 전개된 첫 적응 훈련이라는 것이다.
한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은 10일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판결이 나오면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상의한 뒤 중국과 양자대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미국과의 공동 노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