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더 플레이’로 연극 무대 데뷔하는 배우 김강우
“연극 무대에 돌아오는 데 15년이나 걸릴 줄 몰랐어요. ‘햄릿―더 플레이’는 제게 배우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을 준 작품이라 특히 남다르죠.”
2001년 대학 시절 연극 ‘햄릿―더 플레이’의 주인공 햄릿을 연기하고 있는 23세의 앳된 김강우. 그는 “중년 남성 관객이 공연 사진을 찍어 CD 2장에 담아 선물해 주셨다”고 말했다. 김강우 제공
영화 ‘돈의 맛’으로 ‘칸의 맛’까지 본 배우이지만, 그가 배우 데뷔 후 처음 찾은 연극 무대는 대극장이 아닌 260석 규모의 단출한 소극장이다. 다소 이색적인 행보의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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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더 플레이’로 데뷔 1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배우 김강우. 그는 “데뷔 이후 주로 강한 릭터를 맡아 왔지만 이번 ‘햄릿…’에선 오필리아와의 연기를 진짜 멜로답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동연이 형이 연기전공임에도 연출가로서의 감이 너무 좋았어요. 동선을 짠다든지, 감정을 장면에 녹이는 방법 등을 잘 가르쳐줬죠.”
둘의 인연은 다음 해 ‘햄릿…’으로 다시 이어졌다. “선후배들과 함께 ‘햄릿…’을 준비했어요. 연출을 맡았던 친구가 사정상 급히 빠지게 됐죠. 순간 동연이 형이 떠오르더라고요. 무작정 형에게 도움을 구했고, 형이 흔쾌히 각색과 연출을 맡아줬죠.”
김동연 역시 이 작품으로 처음 연출자의 꿈을 꿨고, 졸업 이후 연극 무대감독을 거쳐 지금은 연출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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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햄릿…’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김강우도 용기를 냈다.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요, 올해 도전하지 않으면 왠지 평생 연극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겁이 났어요.”
김강우는 ‘햄릿’을 이렇게 분석한다.
“남자 배우가 할 수 있는 모든 연기가 다 들어 있는 캐릭터예요. 멜로, 액션, 코미디, 심지어 미친 척도 소화해야 하거든요.” 그는 영화 ‘간신’에서 미치광이 연산군 역할을 할 때 과거 햄릿을 연기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언론과 인터뷰 때에도 햄릿 이야기를 자주 했죠. 햄릿 대사 중에 ‘배우는 시대의 얼굴이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표현을 좋아하고요.”
김강우는 15년 전 ‘햄릿…’ 공연 의상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그는 “유독 이 의상만큼은 버리지 않았다”며 “다시 연극을 한다면 ‘햄릿…’을 할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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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많이 나요. 영화나 드라마는 장면별로 연기를 나눠서 하는데, 연극은 대사 양도 엄청나고 두 시간 넘게 한 호흡으로 가잖아요. 관객분들이 영화배우 김강우가 아닌 신인 연극배우 김강우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8월 2일부터 10월 16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3만∼6만 원. 02-766-6007
:: 김동연 연출이 평가한 배우 김강우 ::
“고전적인 근사함이 있는 배우다. 평상시 조용하지만 연기할 때 내뿜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햄릿을 생각할 때 1순위로 떠오르는 배우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