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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실록한의학]16男 12女 둔 성종의 정력 비결은 ‘미숫가루’

입력 | 2016-07-04 03:00:00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여름 더위가 극성이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14명이 죽었고, 올해도 6월 초까지 수십 명이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더위로 인한 질환은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 조선 9대 왕인 성종(1457∼1494)은 더위 먹는 병인 서증(暑症)을 심하게 앓았다. 11세 때 한명회의 집에서 살다 더위에 기절한 이후 그는 여름만 되면 경연과 정사를 중지할 정도였다.

기록에 따르면 성종은 여름이면 밥맛이 떨어져 물에 밥을 말아 먹어야 했다. 찬물에 밥을 말아 먹는 수반(水飯)은 속이 타오르는 체질의 사람이 많이 찾는 음식. 성종은 까칠하고 직설적인 성격이었다. 신하가 “찬 수반이 비위를 상하게 할까 걱정된다”고 진언하자 “그럼 내가 매양 건식을 먹어야 하나”라고 짜증을 부렸다. 동의보감은 ‘신장의 상화(相火·생리 기능을 추동하는 원동력)가 강할수록 더위에 예민하다’고 규정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상화가 강하면 정력은 약해진다. 하지만 성종은 재위 25년 동안 3명의 왕후와 9명의 후궁을 맞아들였으며 슬하에 16남 12녀를 뒀다.

성종의 서증을 가라앉히고 엄청난 정력을 선사한 여름철 건강식은 바로 미식(미食)이다. 미숫가루를 주된 재료로 해 복분자와 오디, 하수오 분말을 첨가해 만든 음식으로 성종뿐 아니라 장수를 누린 영조도 즐겨 먹었다.

미숫가루의 핵심은 보리. 보리는 성질이 차가워 뜨거운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고 기운을 하강시키며 소화를 돕는다. 시금치보다 칼슘이 11배, 마그네슘이 3배, 칼륨이 18배나 들어 있어 여름날 지친 신경계통의 기능과 근육 피로를 풀어준다. 복분자는 먹고 소변을 보면 그릇(盆)이 엎어진다(覆)는 뜻이다. 최근 임상시험 결과, 장내 세균을 억제해 설사를 막아주는 여름철 최고의 과일임이 증명됐다. 하수오의 원래 이름은 야교(夜交)로 밤이 되면 줄기가 엉켜 교미를 하는 듯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음양을 동시에 채워주는 장수의 명약으로 머리를 검게 해준다. 오디는 뽕의 열매로 갈증을 없애고 음기를 북돋아 진액을 채워주는 자양강장제로 꼽힌다.

식욕 없는 여름철, 좋은 보리와 계절 과채를 이용한 왕실의 미숫가루로 건강을 도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