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혁신 창출은 기본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나 뛰어난 인력과 같은 기업 내부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애써 이뤄 놓은 혁신을 남들이 모방하면 자칫 혁신의 이익을 후발 주자들에게 빼앗길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혁신을 창출한 선도 기업들은 R&D 투자 외에도 자사의 기술과 지식, 노하우를 남들이 모방할 수 없도록 ‘전유성(專有性)’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를 활용한다. 특허 등록이 대표적 예다.
기술경영 분야 국제학술지인 ‘테크노베이션(Technovation)’에 실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개 기업의 전유성 체제는 그 강도가 높을수록 혁신을 통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특허권, 상표권, 영업 비밀 등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더 많은 혁신 성과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이한 점은 라이벌 기업의 ‘흡수 역량’(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경쟁사의 흡수 역량이 높으면 남의 혁신을 쉽게 모방할 수 있어 선도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라이벌 기업의 높은 흡수 역량과 혁신 기업의 성과 창출 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라이벌 기업의 흡수 역량과 혁신 기업의 전유성 체제 간 상호작용은 혁신 성과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강력한 전유성 체제를 갖춘 기업이 강력한 흡수 역량을 지닌 라이벌을 만날 경우 혁신 활동이 저해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혁신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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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수 경영혁신전략연구회 대표 gilsoo.j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