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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방어에 총력”… ‘10조+α’ 슈퍼추경 검토

입력 | 2016-06-25 03:00:00

브렉시트 쇼크… 정부, 정책 수정 나서
“불확실성 커져… 가용수단 모두 동원”, 성장률 전망 2%대 중반으로 낮출듯
25일 中 AIIB 총회서 국제공조 논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할 것 같다.”

기획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자 이같이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3%대 성장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전까지도 “브렉시트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던 정부는 오후 브렉시트가 확정되자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다시 개최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렉시트 결정은 글로벌 경제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24시간 범정부 합동 점검 대응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 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검토

정부는 브렉시트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28일 발표하기 위해 마무리 손질 중이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전면 수정 작업이 시작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하반기 글로벌 경제에 최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경제정책 방향 수립에 상당 부분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 조정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 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후 브렉시트 가결이 확정되자 기재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조정 의지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추가 하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10조 원대로 검토되던 추가경정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가동해 외화자금 시장, 외국인 자금 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25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를 적극 활용해 주요국과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 안전망을 논의할 방침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 외환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강해지면 당국이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 “파장 번지면 감당 어려울 것”

한국의 대외건전성과 재정 여력이 튼튼해 브렉시트가 당장 엄청난 위기로 비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일부 미치겠지만, 올해 성장률을 많이 낮추는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709억 달러로 한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넉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외채무에서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9.6%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낮다. 하지만 브렉시트의 파장이 예상한 수준 이상으로 번질 경우 ‘튼튼한 기초체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에도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재정건전성이 안정적이라고 강조했지만 주요국 외신들이 ‘한국 경제 9월 위기설’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대외 불안을 경험했다.

2008년 9월 정부는 외부 불안감을 잠재우겠다며 뉴욕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섰다가 금리가 너무 높아 포기하는 정책 실수도 했다. 그해 10월 미국과 체결한 한미 통화스와프(300억 달러)가 없었다면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상의 혼란을 겪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선, 해운 등의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교역량 감소와 소비 위축은 신규 선박 수요를 감소시켜 안 그래도 어려운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시장 혼란으로 채권은행들의 유동성이 악화될 경우 구조조정 작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신민기·세종=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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