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도피중이던 정운호 브로커와 대포폰 통화사실 숨긴 차장검사

입력 | 2016-06-21 03:00:00

檢 “부적절한 부분 있는지 검토”




도주 중인 피의자를 검거하느라 검찰 수사팀이 전방위로 뒤쫓는 와중에 다른 검찰 간부는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사용한 해당 수배자와 통화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구속 기소)의 고교 후배 이민희 씨(56·수감 중)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하면서 이 씨가 여러 명의 전현직 검사들과 통화한 기록을 발견했다. ‘문어발 인맥’을 자랑하는 이 씨의 통화 기록 상당 부분은 범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소명됐지만, 미심쩍은 부분도 수사팀에 포착됐다. 이 씨가 네이처리퍼블릭 서울메트로 입점과 관련한 감사 무마 로비를 한 혐의로 올 1월부터 4개월 동안 검찰에 수배돼 도주하고 있을 때를 전후해 재경 지검의 A 차장검사와 여러 차례 통화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주 기간에 통화한 기록도 나왔는데,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만한 통화 시간도 기록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일선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바로 아래 직급으로 부장검사들을 지휘하는 A 차장은 과거 홍 변호사를 통해 이 씨와 알게 됐으며 몇 차례 함께 식사를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A 차장은 이 씨가 2014년 고교 동창에게 청와대 및 정부 고위 관계자 등과의 친분을 과시한 대화 녹음 파일에도 등장한다. 이 씨는 여기서 “B(수석), A(차장), 이런 식으로 해 가지고 내가 이번 기회에 아예 주저앉히려고 그래. 상대방 회사를”이라며 직책 없이 이름을 불렀다. 또 A 차장의 인척이 이 씨와 정보기술(IT) 업체 지분을 가지고 공동 경영하는 등 사업 관계로 얽혀 있다는 소문이 관련 업계에 나돌기도 했다.

검찰의 확인 과정에서 A 차장은 “이 씨와 공동 경영을 한다는 사람은 나와 관계없는 모르는 사람”이며 “이 씨는 홍 변호사를 통해 알던 사이였지만 (사건이 언론에 불거지기 전) 2월경 통화에서 ‘자수를 하라’고 권유했을 뿐”이라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정운호 5억 수수’ 홍만표 구속기소 선임계 없이 ‘몰래변론’ 62건 확인 ▼

檢, 정운호 게이트 수사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선 “이 씨와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 씨의 행적에 대해 수사팀에 알리지 않은 A 차장의 행동 등에 부적절한 부분이나 범죄 혐의가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또 검찰은 홍 변호사를 20일 구속 기소했다. 원정 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에게서 지난해 검찰 청탁 명목과 2011년 서울메트로 감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총 5억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다.

검찰은 정 대표의 구명을 위해 홍 변호사가 검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집중 수사했으나 로비 행위로 볼 만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또 정 대표의 사건을 처리하면서 일선 수사 라인이 금품을 받고 사건을 왜곡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 등 수사팀을 대상으로 자금 추적과 통화 기록 조회, 서면 등을 통해 조사했지만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대표 보석 신청에 ‘적의 처리’ 의견을 낸 것과 항소심에서 구형을 6개월이나 낮춘 경위에 대해 “정 대표가 도박 퇴치 자금 2억 원을 기부했고, 1심 이후 원정 도박 수사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등 다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 결과 홍 변호사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등 62건의 형사사건 변호를 맡는 과정에서 선임계를 내지 않고 수임료 신고를 고의적으로 누락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도 드러났다. 홍 변호사가 이렇게 포탈한 세금은 15억53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현직 검사가 정 대표 측에 수사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해당 검사와 고교 동문회에서 만난 적이 있는 항공사 기업 임원이 이 검사에게서 받은 문자메시지인 것처럼 지어내 정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과 수사기관에 청탁·알선한다는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수수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