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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롯데 ‘비자금 자백’ 받으려 먼지털기식 수사하나

입력 | 2016-06-18 00:00:00


검찰은 어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재무책임자였던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간의 부당내부거래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의 90%가 내부거래인 롯데로지스틱스, 계열사 광고를 싹쓸이해 온 대흥기획, 신격호 명예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 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10일 수사 착수 이후 지금까지 계열사 20여 곳 압수수색을 비롯해 먼지털기식 전방위 수사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로 신 회장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더니 수사가 백화점식으로 퍼져나가 뭘 수사하는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롯데로지스틱스나 대흥기획, 서 씨가 실소유주인 유기개발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검찰이 부당내부거래까지 들춰내는 것을 보면 각종 비리를 압박 수단으로 해서 비자금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는 과거 수사 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비친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은 재임 시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했다. 물론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현행 김수남 총장 아래선 아예 이마저 잊혀진 것 같다. 롯데 수사는 가능한 최대 규모의 수사진을 동원해 가능한 최대 규모의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가능한 모든 자료를 다 훑는 식으로 진행 중이다.

롯데는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순환출자 수가 가장 많고, 오너 일가의 지분이 큰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가장 높다. 비자금 조성 과정을 밝히는 검찰 수사도 훨씬 더 복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인망식으로 수사하다 보면 수사가 길어지기만 할 뿐 원하는 결과도 얻지 못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검찰은 KT나 포스코 수사에서 6개월, 8개월을 끌고도 최고경영자도 구속하지 못했다.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지 않으려면 단서에 근거해 신속 정확한 수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