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경영의 지혜]변덕 심한 상사, 부하직원 정신건강엔 최악

무자비한 상사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의 고달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약한 상사보다 더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러운 상사다. 어떤 때는 아주 상냥하게 대하다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 불합리한 태도로 돌변하는 상사가 대표적인 예다.

파델 마타 미시간주립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변덕스러운 관리자를 상사로 둔 조직원들은 줄곧 나쁜 대우를 받는 조직원들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대학생 161명을 A, B, C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A그룹에는 ‘당신들의 노력에 감사한다’ ‘의욕이 충만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돼 기쁘다’처럼 공정하거나 정중한 내용의 피드백을 줬다. 또 B그룹에는 ‘당신들은 겨우 그 정도밖에 노력하지 못한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한다’처럼 불공정하거나 무례한 피드백을 줬다. 마지막 C그룹에는 양극단의 내용이 섞여 있는 피드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총 12회에 걸쳐 실험을 진행하며, 매 라운드가 끝난 뒤 각 그룹에 속한 대학생들의 심장 박동수를 측정해 스트레스 수준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변덕스러운 평가를 받은 C그룹 학생들의 심장 박동이 가장 빨랐다. 이는 얼마간이라도 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이 완전히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직관적인 통념에 반대되는 결과다.

또한 연구팀은 관리자의 행동이 불확실성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관찰했다. 분석 결과 상사에게 일관적으로 공정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불확실성에 가장 잘 대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다음으로 일관되게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변덕스러운 대우를 받는 직원들보다 불확실성에 더 잘 대응했다. 이는 변덕이 심한 상사 밑에서 시달리는 직원들보다는 차라리 일관되게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돌발 상황에 더 잘 대처한다는 뜻이다. 조직 관리에 있어서 일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