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샹 딕셔너리/토마스 기르스트 지음/주은정 옮김/296쪽·1만8000원/디자인하우스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헤러틱(Heretic)이 책 본문 내용에 따라 작업해 삽입한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하우스 제공
뒤샹은 1967년 출판한 작품 ‘부정법(흰색 상자)’에 포함시킨 노트에서 “사전을 훑어보고 ‘원치 않는 단어’를 모두 삭제하라. 어쩌면 몇몇 단어를 더할 수도 있을 거다. 때로는 삭제된 단어를 다른 단어로 교체하라”고 권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뒤샹에 대한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를 배제하면서, 사실에 입각해 그와 그의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25세 때의 뒤샹에 대해 “예술과 대중을 화해시킬 인물”이라고 평했다. 1917년 미국 뉴욕 독립미술가협회 전시에 가명으로 출품해 거절당한 남성용 소변기 ‘샘’ 외에, 뒤샹에 대해 대중이 아는 건 뭘까. 그가 선호했던 텍스트 형식을 빌린 이 책은 “침묵과 고독을 소중히 여긴, 진지한 지적 의도를 지닌 장난꾸러기 예술가”의 이미지 윤곽을 쫓은, 유려한 동시에 유효한 조각퍼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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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