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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 박차고 나오자 선주들 깜짝

입력 | 2016-06-11 03:00:00

현대상선 용선료 타결 막전막후
인하폭 10%대 고수하던 선주들… 채권단 압박에 태도 바꿔 대화나서
한진그룹 “한진해운에 4000억 낼 것”… 채권단 “6000억 이상 더 내야”




“그럼 이제 법정에서나 봅시다.”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 장기화되던 용선료 협상의 최종 담판을 위해 KDB산업은행 정용석 구조조정부문장이 해외 컨테이너 선주 3곳과 마주 앉았다. 그러나 선주들의 태도는 예상보다 강경했다. 4시간 반가량의 줄다리기 끝에 채권단은 20%대의 인하율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지만 선주들은 그 절반도 안 되는 10% 안팎의 수치를 꺼내 들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국적선사를 설마 법정관리로 보내겠느냐는 ‘배짱’이었다. 이에 산은도 강수를 던졌다.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니 법정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건네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협상이)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를 흘리며 선주들을 더욱 압박했다. 결국 며칠 뒤 선주들이 태도를 바꿔 대화에 나섰다. 산은도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콘퍼런스콜을 통해 ‘용선료 인하 이후’ 현대상선의 경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살얼음판을 걷던 용선료 인하 협상이 10일 최종 마무리되며 생사의 기로에 섰던 현대상선이 기사회생했다. 앞서 8043억 원의 사채권 채무 재조정에 성공한 데 이어 용선료 재조정이라는 과제까지 해결함에 따라 경영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운동맹 가입이 남아 있지만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THE 얼라이언스’ 6개 회원사 중 4개 회원사가 가입에 찬성하고 있으며 한진해운도 여론을 감안할 때 반대 의사를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동맹 가입까지 완료되면 채권단은 7000억 원 규모의 출자전환 및 채무상환 연장 등을 추진하게 된다.

현대상선이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선 반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안갯속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10일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라는 압박을 받아온 한진그룹은 최근 4000억 원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및 지원 방식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식이 유력하다.

다만 한진그룹은 “나머지 부족자금은 채권단에서 메워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금융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8일 밝힌 대로 채권단이 구조조정 기업의 유동성을 해결해주는 일은 없다”며 “대주주인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부족자금을 전부 해결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는 심각하다. 채권단의 실사 결과 2017년 말까지 1조∼1조2000억 원의 부족자금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팔아 유동성이 풍부했던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이미 용선료가 밀렸다”며 “용선료 협상을 끌고 가는 동안 버틸 현금이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철중·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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