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교육부의 정책들은 그만한 필요성이 있다. 대학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대학들의 불만은 더 근본적인 데 있다. ‘지금의 잘못된 상황을 만들어낸 교육부는 정작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교육부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해 신생 대학을 대거 늘리는 과정에서 심사에 참여한 한 교수는 이날 “당시에도 인구통계 전망을 보면 대학을 마구 늘리는 게 곧 문제가 될 것이 뻔히 예측됐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이를 무시하고 지역 정치인 등을 의식해 우후죽순으로 늘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2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정원을 줄인다고 난리지만, 그때 그 많은 대학에 인가를 내준 교육부 장관, 실장, 국장, 과장들은 왜 아무런 책임도 안 지느냐”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교육부 고위 관료가 퇴직하면 지방대 총장이나 교수로 가는 일이 많았다. 스스로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그런 것 아닐까”라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교육부가 매년 2조 원가량의 대학재정지원사업 예산을 쥐고 있는 ‘갑’인지라 대학들은 숨죽여 왔다. 그러나 “교육부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은 공동 대응을 위해 모임을 결성했다. 교육부가 자신의 과오는 덮어두고 대학에만 책임을 전가한다면 교육부를 향한 반발과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은택·정책사회부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