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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면 없어진다던 여드름, 졸업해도 그대로라면

입력 | 2016-06-03 09:28:00


“걱정 말고 공부만 해. 대학가면 여드름 다 없어져.” 부모님의 말만 믿고 여드름을 방치했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5년이 지나고도 여드름이 사라지지 않는 최모 씨(25)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며 병원 문을 두드렸다.

여드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긴다. 사춘기 여드름은 대개 성호르몬 ‘안드로겐’에 의해 피지선이 자극받으며 증상을 유발한다. 사춘기를 넘기면 호르몬 변화가 안정되면서 피부가 깨끗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여드름을 ‘사춘기의 꽃’ 정도로 여겨 방치하는 부모가 많았지만 최근엔 자녀를 직접 데리고 오는 경우도 적잖다. 여드름이 ‘만성 피부질환’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부터다.

성인이 된 후에도 여드름이 반복적으로 올라온다면 자신의 생활패턴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드름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다한 피지와 세균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피지분비가 늘거나 세균에 의해 여드름이 올라오기 쉽다.

가령 대학에 처음 입학하면 술자리가 급증하며 수면부족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잠이 부족하면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며 피지선을 자극, 여드름을 유발시킨다. 이밖에 유전적 요인, 비타민 결핍, 여성의 생리불순, 자외선, 후텁지근한 기후,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피지 분비를 유도한다. 

과도하게 분비되는 피지가 피부 표면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모공 속에서 뭉쳐 여드름이 만들어진다. 또 모공 속에 침입한 세균이 염증을 일으켜 모공이 막히면서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남성은 군대를 다녀오며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군인 약 60%는 피부질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가 군인 1321명을 대상으로 피부질환 유병률을 역학조사한 결과 전체의 60.4%(798명)가 1인당 1개 이상의 피부질환을 가진 것으로 관찰됐다. 이 중 가장 흔한 피부질환은 ‘여드름’(35.7%)이었다.

군 시절 얻은 여드름은 제대 후까지 고민거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남성은 여드름이 발생할 확률이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데다 군대에서는 여러 스트레스 요인이 중첩돼 피부가 상하기 마련이다. 최 씨도 괜히 소개팅으로 여성을 만날 때 얼굴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남성용 비비크림을 발라도 울긋불긋 얼룩지고 오히려 화장한 티만 나서 바르는 것을 그만 뒀다. 남성은 색조화장품을 쓰고도 여성처럼 꼼꼼히 세안하는 경우가 드물어 오히려 트러블이 배가되는 경우가 적잖아 클렌징에 신경써야 한다.

이런 경우 가장 좋은 것은 병원 치료다. 여드름은 일종의 피부질환으로 민간요법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여드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진피 손상이 이어지며 모공이 커지기 쉽다. 스스로 손톱으로 짜면 손톱 속 세균에 감염되거나 모낭 안에 곪아있던 피지선이 터져 함몰흉터가 남기도 한다. 결국 얼굴이 울퉁불퉁해져서 화장으로 가리기 어려울 만큼 피부가 망가질 수도 있다. 피부는 한번 깊은 손상을 받으면 스스로 이를 개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성인여드름 초기에는 좁쌀 형태의 하얀 면포가 올라와 연한 선홍색을 띤다. 피부가 건조하면 두껍게 쌓인 각질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수분공급과 피부 청결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하지만 여드름이 붉게 상기되고 딱딱해졌다면 여드름균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검붉은 여드름이 얼굴이나 목, 턱, 등과 같은 부위에 생겼다면 피부 청결관리만으로는 회복하기 어렵다. 이때 발생하는 여드름은 짜는 것도 어려워 잘못 건드리면 피부조직까지 떨어져 나가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따라서 붉게 부푼 여드름을 피부 자극 없이 안전하게 치료하려면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피부과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바야시 절연침, 필링, 레이저 치료, 메디컬 스킨케어, 바르는 약 등 다양한 치료법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몇 가지 시술을 병행해 치료한다.

이미 노란 고름이 차고 자국 및 흉터가 생겼다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자칫 흉터가 심하게 남거나 갈색이나 검정색으로 색소가 침착될 수 있다. 피부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와 레이저 시술로 여드름을 치료하고 재생레이저, 피부박피시술 및 섬유아세포치료를 병행해 세포재생을 촉진하고 흉터를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드름은 치료 후에도 일정한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재발할 우려가 높다. 한번 치료로 영원히 지우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지만 번거롭다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흉터, 모공 확장, 혈관 확장 등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는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칼럼/글 =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