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먹어치우는 중국]슈퍼 포식자 중국 美 로봇업체 인수… 獨기업 눈독… 삼성과 경쟁 IoT업체도 삼켜 위협받는 한국 신성장산업 中과 대부분 겹치는데 글로벌 M&A 눈돌릴 여유 없어
○ ‘특허 슈퍼 포식자’로 나선 중국
중국의 M&A 투자 대상 지역은 2011년까지는 자원이나 원자재가 몰려 있는 아시아, 중동·아프리카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점차 선진 기술을 보유한 북미, 유럽 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관심이 점차 ‘기술 및 특허권 확보’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 뜻이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이사는 “중국은 시장, 자본,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특허가 미국,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라며 “특허를 짧은 시간 안에 획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사한 특허를 가진 회사를 M&A하는 전략을 쓰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신산업 겹치는 한국이 주요 타깃 될 수도
중국의 기술 확보전이 국내 기업들에 위협이 되는 것은 두 나라가 추진 중인 신산업 분야가 대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2025년 제조업 강국 대열에 들어서겠다”고 선언한 중국의 ‘중국 제조 2025’에는 차세대 정보기술(IT), 고정밀 공작기계 및 로봇,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 10대 핵심 산업이 나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 3월 말 발표한 ‘한국 19대 미래성장동력’에도 5G 이동통신, 스마트 자동차, 지능형 로봇, 융복합 소재 등 이름만 다를 뿐 겹치는 사업 분야가 많다.
중국은 이미 신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특허 출원 강자로 변신에 성공했다. 중국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본격적인 특허 등록이 나타나기 시작한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중국은 한국,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출원 국가에 올라섰다. 3D프린팅과 나노테크놀로지, 로봇 분야에서도 특허 출원 선두주자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중국 정부도 ‘저가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바꾸기 위해 첨단 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M&A를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 IDC는 삼성전자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가상현실(VR) 시장에서 중국발 M&A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 국내 기업들도 M&A 시장에서 뒤처지지 말아야
지난해 국내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SK㈜와 SK C&C 간 합병 등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형 ‘딜’이 있었다. 삼성그룹이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매각한 것도 주목할 만한 기업 간 M&A 거래였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인 875억 달러로 2012년보다 3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36억 달러(약 4조2800억 원)로 해외 기업의 국내 기업 M&A 규모 67억 달러(약 7조97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