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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과 만남… 류성룡 마케팅… 충청-TK 아우른 반기문 ‘광폭행보’

입력 | 2016-05-30 03:00:00

[반기문 하회마을 방문]“류성룡, 조국사랑으로 난국 타개”
여권 심장부서 난세 리더십 강조… 대권도전 여부엔 “허허” 즉답 피해
비공개 회동 김종필 “비밀 얘기 했다”




‘제왕 나무’ 주목 기념식수 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내외가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반 총장은 방명록에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빕니다’라고 적었다. 반 총장 뒤에는 이번 하회마을 방문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도영심 유엔 세계관광기구 ‘스텝(ST-EP)’재단 이사장(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 가방 든 여성)이 보인다. 안동=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주말 사실상 대권주자를 연상시키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충청권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의 비공개 회동에 이어 각계 원로들과의 만찬,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 방문의 일정을 소화했다.

○ ‘류성룡 마케팅’으로 대선주자 차별화?

반 총장은 2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 참석한 뒤 청와대에서 제공한 헬기를 타고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북 안동 하회마을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약 2시간 동안 머물며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을 남긴 서애 류성룡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 등을 둘러봤다.

반 총장은 충효당 입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99년 방문 당시 심은 구상나무로부터 약 3m 떨어진 곳에 참석자들과 함께 주목(朱木)을 기념식수 했다.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은 “주목은 나무 중의 제왕으로 사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충효당 방명록에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빈다”고 적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서애 선생은 투철한 조국 사랑의 마음으로 난국을 헤쳐 나간 분”이라며 “나라사랑 정신과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것이냐’는 질문에는 “허허”라며 즉답을 피했다. 영의정으로 외교 활동 등을 통해 임진왜란을 극복한 서애 선생의 리더십과 외교 전문가인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 총장은 충효당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안동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등과 오찬도 했다. 오찬장에선 반 총장과 유 여사가 양반탈과 각시탈을 써 보고 12첩 반상을 깨끗이 비우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한 언급 없이 서애 선생과 하회마을의 역사에 대한 대화가 주로 오갔다. 한 참석자는 “반 총장이 서애 선생에 대해 ‘역사적으로 큰 인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예정에 없던 경북도 신청사도 들렀다. 그는 방명록에 “300만 도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드린다”고 적은 뒤 적송(赤松)을 심었다. 박 대통령이 3월 경북도 신청사를 방문해 식수한 주목과는 100m 떨어진 곳이었다.

반 총장은 곧바로 경주로 이동해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유엔 NGO 콘퍼런스가 아시아권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사무총장이 직접 참가하는 것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 JP와 30분간 독대

전날 반 총장은 JP의 서울 중구 신당동 자택을 방문해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JP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비밀 얘기만 했어. 내가 얘기할 건 그것뿐이야”라고 했다. 반 총장은 “(JP가 13일 열린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에서) 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했고, (JP의) 구순 때도 서울에 오면 인사드리고 가겠다고 했다”며 “국가의 원로이고 대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설명했고, (JP는)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를 잘 마치고 들어오라’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은 대선 언급과 관련해 “그런 말은 안 나눴고,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을 드렸다”고 했다. 충청권 대망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선 “제가 그런 말을 드릴 상황은 아니다”면서 “내년에 와서 뵙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안동·경주=우경임 기자 / 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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