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볼빅 챔피언십 1R 셀프 진단 “왼손 인대 부상 잘 낫지 않아 임팩트 등 스윙 제대로 안돼, 몸이 말 안들어… 고문 같은 하루, 이대로라면 올림픽 출전 힘들수도”
부상으로 최악의 경기를 치른 박인비(오른쪽)와 캐디로 나선 남편 남기협 씨. 볼빅 제공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박인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생애 최악인 12오버파 84타로 무너졌다. 박인비는 27일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CC(파72)에서 열린 볼빅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낚았지만 보기 8개, 더블보기 1개에 10번홀(파4)에서는 7온 2퍼팅으로 퀸튜플 보기(5오버파)까지 했다. 142명의 출전 선수 중 최하위로 마친 그는 통증 악화를 이유로 기권했다. 박인비의 종전 최악 스코어는 2009년 웨그먼스 4라운드에서 나온 81타였다.
박인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현장에서 그의 목소리를 통해 힘겨웠던 하루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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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전지훈련 중)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를 잇는 인대가 늘어났는데 잘 낫지 않는다. 물병을 들거나 머리를 감을 때도 통증을 느낀다. 임팩트, 폴로스루 등 전반적인 스윙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부위를 다쳤다.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공이 자꾸 오른쪽으로 날아갔다. 코스에 나가면 어떻게 쳐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무기력한 내 자신의 모습을 느끼는 게 고통스러웠다.”
―남편이 캐디를 맡았는데….
“브래드(전담 캐디)의 배탈로 대신 나섰다. 둘 다 너무 힘들었다. 무거운 짐을 안겨줘 미안하다. 그래도 함께 견뎌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둔다.”
―퀸튜플 보기가 나온 10번홀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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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티오프 전부터 오늘 다 마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난주 경기 도중 기권을 했기에 2주 연속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몇 개 대회를 쉬었어야 하지 않았나.
“올해는 프로 데뷔 후 10번째 시즌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우승했던 다음 달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 가입을 확정짓고 가족, 선생님들과 좋은 자리를 갖고 싶었다. 그러려면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해야 했는데 연초 허리 부상으로 한 달을 쉬다 보니 지난주와 이번 주 대회에 모두 나가야 꼭 10개 대회를 채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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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숍라이트 대회는 원래 안 나가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집으로 돌아가 충분히 쉬겠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책임감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올림픽 출전 여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몸이 계속 오늘 같다면 힘들 수도 있다.”
한편 이날 1라운드에서 크리스티나 김은 8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1타 차 2위로 끝냈다.
앤아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