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가계 흑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하지만 벌이보다 씀씀이가 더 움츠러들면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여서 경제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2016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액을 뺀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103만480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만9800원(1.9%) 늘었다. 흑자액 규모는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1분기에 27.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질소득과 실질소비는 모두 뒷걸음쳤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료·이자비용 등의 비소비성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70만3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이는 2015년 1분기 증가율(3.0%)의 3분의 1 정도다.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면서 근로소득(0.3%) 증가폭이 둔화된 데다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줄면서 재산소득(―21.0%)이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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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분배는 악화됐다. 1분기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06만6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2.9% 감소한 141만300원에 그쳤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