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유럽연합(EU)이 딜레마에 빠졌다. EU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대신 수용할 터키가 필요하지만 민주주의의 가치를 탄압하는 에르도안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20년 측근인 비날리 일디림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승인했다. 일디림 총리는 곧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정적을 체포하고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여기에 헌법개정으로 권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EU는 대(對)테러법 개정 카드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 강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적과 언론을 탄압하는 도구가 대테러법이기 때문이다. EU는 3월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터키가 대거 받아들이기로 합의하면서 7월부터 터키 국민에 대한 무비자 EU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터키가 당초 약속했던 조건 중 하나인 대테러법 개정을 거부하면서 EU도 무비자 출입 허용을 보류한 상태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EU는 터키를 회원국 후보에서 배제하고 (난민 문제 등과 관련해)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