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학부모 이모 씨(39)는 이달 초 초등학교 3학년 아들에게 첫 스마트폰을 사줬다. 처음엔 통화·메시지 등 필수 기능만 되는 ‘키즈폰’을 사주려고 했지만 아들이 “친구들은 이미 모두 스마트폰을 쓴다”며 졸라대 결국 스마트폰으로 결정했다. 대신 자녀용 스마트폰을 원격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씨는 아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엔 스마트폰을 통화나 메시지, 사전, 계산기 등만 쓸 수 있는 ‘열공모드’로 설정했다.
#사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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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두고 학부모와 자녀들 간에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늘어나면서 신경전은 초등학생과 그 부모 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여성가족부가 9일 발표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 145만6753명 대상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100명 중 약 14명이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에 중독 돼 있다. 바깥 활동 시간이 미국의 30% 수준인 데다 학원과 학교를 왕복하는 단순한 하루일과 속에서 국내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에 심각하게 빠져드는 것이다.
이에 국내 통신사들과 스타트업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초등학생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는 앱과 서비스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부모와 자녀의 스마트폰을 연동해 부모가 사전에 허용한 앱만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시간대별로 실행한 앱·사용시간·통화 및 문자 기록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의 쿠키즈 외에 KT ‘올레 자녀폰 안심’, LG유플러스 ‘U+자녀폰지킴이’ 등 통신3사가 모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도 다르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모바일펜스는 구글 앱마켓에서 10만 다운로드를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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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앱 사용시간이 0초로 돼 있는 아들 스마트폰을 보고 어리둥절해진 부모가 “아들 모바일펜스를 봤는데 이렇게 돼 있더라구요. 물어보니 ‘아무것도 안했다’고 하는데 뭐죠?”라는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차단하는 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보성 바른ICT연구소 연구원(공학 박사)은 “스마트폰 관리 앱은 자제력이 약한 유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도한 몰입을 막을 수 있다”며 “하지만 자녀의 충분한 이해 없이 이를 강제할 경우 자녀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건전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부모와 자녀 간 이해와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