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주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눈앞의 신세계, VR 혁명’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국내 VR 콘텐츠 전문 제작사인 ‘베레스트’ 사무실에 갔었다. 베레스트는 최근 LG유플러스 플랫폼에 들어가는 VR 콘텐츠를 비롯해 대기업 및 대형 연예기획사의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다. 하지만 아직 베레스트의 규모는 영세했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4명의 직원이 함께 있었다.
이 업체의 권기호 PD는 “작년보다는 훨씬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일감이 없어 ‘뭘 해야 하나’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난해 3월 유튜브에 VR 콘텐츠 전용 코너가 생겼고 그 덕에 우리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국내외에 보여줘 다양한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VR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벌써 400여 개의 VR 제작사가 생겼다. 문제는 대부분 1인 업체 혹은 5명 내외 규모의 영세 제작사란 점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이 아무리 좋아도 거래 상대로부터 제값을 받거나 글로벌로 나가긴 힘든 규모다. 자리를 함께한 두런미디어 박진병 기획팀장은 “그런데도 정부는 VR 테마파크 같은 건물 얘기만 한다”며 “차라리 1억 원 상금을 걸고 VR 콘테스트 같은 걸 하면 콘텐츠도 꽃피고 작은 업체들도 키울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내 VR 산업을 꽃피우겠다며 누리꿈스퀘어 리모델링에 125억 원을 투자하고 수백억 원 규모의 VR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들어갈 상품도 없는데 백화점 건물만 세우는 꼴’이란 업계의 지적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임우선·산업부 imsun@donga.com